‘국민 곁에서 힘이 되는 국회, 국민에게 약속을 지키는 국회를 만들어갑시다.’

이 말은 지난 1일 개최된 제349회 임시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밝힌 개회사의 마지막 부분이다. 국회의원 또한 국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2월국회에서는 생산적인 국회, 무언가 이뤄내는 의회로 거듭나겠다는 말은 끝내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으니, 이제 국민들은 정치권에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 들으려하지 않는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인데, 따지고 보면 이러한 현상은 전적으로 정치권의 잘못이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기세등등하게 시작된 국회교섭단체의 대표연설에서는 ‘국민의 국회’라는 거창한 말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지더니만 며칠 가지 않아 상임위가 올스톱됐다. 표면적인 사유로는 지난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운영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삼성전자와 MBC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한 날치기”라 주장하면서 국회 전 상임위원회 운영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는 2월국회가 재개되려면 민주당의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상대방을 압박하는 가운데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국회 룰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사처리 과정은 분명히 동일한 하나의 사실임에도 이를 해석하고 판단함이 상충되고 있으니 가뜩이나 조기대선 등으로 이어질 기미가 보이는 상황에서 2월국회의 개문폐장(開門閉場)은 양편 이해의 일치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2월임시회에서 산적된 당면 과제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김정남 독살 등에서 빚어지는 한반도의 평화와 국가안보 문제, 적폐청산과 사회개혁, 민생문제와 관련된 경제활성화 대책 등 긴박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2월임시회 불참은 한마디로 직무유기나 다름이 없다. 정치권이 가뜩이나 불안해진 정국상황에 부채질해서는 안될 일인데, 제대로 된 협치의 의회정치는 행하려들지 않고 상대방 탓만 하는 잘못된 정치풍토가 고착된 지 이미 오래다. 개문폐장한 상태로 있는 2월임시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힘이 되는 일은 아무래도 요원한 지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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