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버진닷컴에 올려진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모스키토 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지인과 장난치는 장면이다. 8년 만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권좌에서 물러난 오바마 전 미대통령이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버진그룹 브랜슨 회장의 초청을 받아 모처럼의 여유시간을 갖는 달콤한 휴식 속의 이 사진을 보면서 필자는 열심히 일한 뒤에 맞는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제 자연인이 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첫 임기 지지율 64%를 보인 이후 재임기간 동안 변함없는 미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급변하는 정책 효과의 추이에 따라 지지율 등락은 있었겠지만 퇴임 당시인 올해 1월 중순에도 그의 지지율이 6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한 지 한 달이 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의 현재 국정 지지율이 39%라고 하니, 오바마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와 국정 지지율이 얼마나 높고 견고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쯤 되고 보면 아무래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 잡았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오바마의 휴식 사진들이 버진닷컴에 오르자 비단 미국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세계인들이 성공한 전직 대통령이 자연인의 지위에서 가족·친구와 함께 즐기는 모습을 반기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반이민 행정명령에다가 멕시코 장벽건설 명령 등 일방통행식 행보를 보이며 세계인들로부터 저항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측과 그 지지세력 일부에서는 오바마의 정책들로 인해 현재 미국 내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오바마 자신은 한가하게 놀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적 반대편에 서 있는 자들의 그러한 정치적 평가는 퇴임 시까지 60%라는 높은 지지도를 받았던 전직대통령을 시기하는 것이니 현실과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요즘 같은 대명천지에도 세계 각국, 지구촌에서는 입장이 다른 상대를 비난하거나 거부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의 득실을 따지는 정치분야에서는 더욱이 심한 편이다. 민주주의가 비교적 잘 운용된다는 미국에서조차 보수·진보의 양대 이념의 칼날이 난무한다고 하니 이념의 탈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지난 미대선 때도 그랬지만 선거철이 되면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갈라져 온갖 풍문과 의도적인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면서 여론을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는 정치세계는 허구와 비정함이 차고도 넘친다.

무릇 정치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구가(謳歌)하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다. 민주주의 역시 전 국민이 다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열기 위함이니 민주주의에서 필수불가결한 좋은 정치는 기본적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 면면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난맥상은 물론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긴 해도 여야 정치인들이, 우리의 정치 풍토가 정상적이지 않은데서 기인된 것이라 나는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비교학적 견해에서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그가 무슨 연유로, 어떠한 정치철학으로 정책을 수행했기에 미국인들의 한결같은 사랑과 높은 지지를 받았단 말인가. 그 내용들을 한번쯤 비교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바 한국과 미국과는 정치적 풍토나 사회구성원들의 민주시민의식이나 성숙도에서 차이는 있긴 하지만 정치세계에서는 자기국민을 위한 방향성은 동일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성향, 민주주의에 대한 애착과 위민정신,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사고가 잘 나타난 오바마 연설문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가 말한 ‘더 나은 정치’가 우리 땅에서도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 더 나은 정치는 민주당이 그들의 계획을 포기하거나, 공화당이 제 정책을 무조건 수용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 나은 정치는 우리가 서로의 공포감보단 서로의 장점에 호소하는 것이다. 더 나은 정치는 우리가 서로를 악마취급하지 않으며 토론하고, 우리 국민들의 일상생활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사소한 실수, 조작된 논란과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기보다 현안과 가치관,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더 나은 정치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리며 검은 정치자금을 모으지 않고, 좀 더 많은 시간을 목적과 가능성을 가진 젊은이들을 함양하는 데 사용하고, 그들이 이 나라를 건설하는 숭고한 과업에 동참하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위 연설문에서 보다시피, 나라가 잘 되려면 여야 공히 상대를 인정해 국민이익의 정치적 합일점을 실행해야 함이다. 또 민주주의의 지속발전과 함께 비정상적 현실 개선은 물론, 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젊은이들을 포함한 국민이 나서서 깨끗한 정치풍토를 마련해야할 터. 정치의 근본은 위민(爲民)이요, 민생안정이 그 지향점이니 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권력자가 아닌 국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가치, 더 나은 정치가 이 땅에 제발 찾아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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