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있다. 또 ‘민심을 얻는 자는 천하를 얻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백성들의 마음이 하늘의 마음과 같을 정도로 중요함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존중해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민심을 거스르거나 무시하는 언행은 자칫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를 움직이는 힘은 국운을 성숙시킨다. 그래서 리더는 다양한 민심과 여론을 수집해서 이를 정확히 분석, 반영하는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늘 민심과 여론의 동향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리더들이 다양한 민심을 청취하고 다양한 여론을 반영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권력자의 눈치를 보고, 또 권력자는 민심과 여론을 외면한 채 법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특히 정치인들 간의 공방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인 경우가 많다. 반성해 볼 일이다.

국민과 여론을 존중하는 존경받는 리더가 요구된다. 이런 면에서 미국 링컨 대통령의 연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을 주창한 그의 게티스버그 연설은 민심과 여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백성들의 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국정운영에는 민심과 여론 반영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민심과 여론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적절하게 반영되었는지가 운영의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리더는 비전 제시, 적절한 인재 기용, 통찰력만 가지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논어를 보면 ‘군군신신(君君臣臣)’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민심과 여론을 무시한 예를 보자. 국내의 경우 4.19혁명의 발생을 들 수 있다. 국외의 경우, 루마니아 국가원수였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şescu)가 있다. 그는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백성들의 표현과 여론 형성을 용납하지 않았다. 심지어 행동과 말도 모두 통제했으니 국민들은 봉기를 일으켰고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고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약 2900년 전 주왕조 시대에 ‘여왕’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의 통치 형태는 폭정이었고 교만했다. 비방하는 백성들을 엄하게 감시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백성들을 잡아다 죽이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민심은 헤아리지 않고 틀어막는 데만 집중했다. 이러한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긴 조정대신인 ‘소공’이 여왕에게 “임금은 백성들이 말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충고를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왕은 소공의 충고를 무시했으며, 이는 여왕이 결국 백성들에 의해 쫓겨나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이와 반면에 민심을 적극적으로 국정운영에 반영한 인물도 있다. 춘추시대에 소국 정나라에 재상(宰相) ‘정자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 향교의 역할은 정치 및 권력자에 대한 논의만 하는 장소로 바뀌고 있었다. 이것을 폐단이라고 판단한 그의 측근들은 향교 폐지를 건의했다. 그러나 그는 측근들의 제의보다는 민심을 먼저 생각했다. 백성들이 그곳에 모여 정치 및 권력자들의 장단점을 논의하는 것은 정확한 민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여론 형성이 국정운영의 올바른 방향타를 제시할 것이라고 간파한 것이다. 그렇다.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통치 철학은 궁극적으로 개선을 통한 발전이라는 데 역점을 뒀던 것이다.

그는 “백성들의 비난을 제지하는 것은 넘치는 물을 한 곳에 막아두려고 하는 것과 같다. 물이 넘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방을 만들어 다른 곳으로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향교를 폐지할 필요가 없는 것은 백성들의 논의가 좋은 약을 써서 병을 낫게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가졌다. 정자산처럼 백성의 안위를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리더가 필요하다. 그 실천형태로는 인덕으로 다스려야 한다. 이는 결국 ‘민심과 여론을 무시하는 자는 갈 곳이 없다’라는 점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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