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남녀 비정규직 비율 격차 증가
성별 임금격차 100:64에 달해
남녀 모두 노동시간단축 필요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3시 STOP’ 2017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조기 퇴근 시위에 나선다. 이들은 저임금과 고용안정, 최저임금인상, 성차별 해소, 여성노동존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성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1만 5000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한 날이다. 이후 여성들의 국제적인 연대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각국에서 여성들의 지위향상과 남녀차별 철폐, 여성빈곤 타파 등 여성운동이 일어났다.

한국에서도 여성노동 문제 개선을 위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리나라 여성노동은 불안정한 종사와 낮은 질의 일자리로 특징되며 이것은 곧 높은 성별 임금격차로 귀결되고 있다. 여성노동 문제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찾기 위해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나 위원장은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꼽았다. 나 위원장은 “저임금의 원인은 바로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하면 고용불안만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임금도 아주 낮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사태 이후 20년 이상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사람’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문화 풍토까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은 법에 보장된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실제로 받기도 어렵고 직장 내 성희롱에도 노출돼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여성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간접고용이나 특수고용, 단시간노동자 등 새로운 형태의 여성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나 위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100:64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단연 1위다. 이는 여성과 남성 간 비정규직 비율 격차가 커지는 현상과도 맞물린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년 비정규직 노동통계’에 따르면 남성 비정규직은 2003년 27.6%에서 2016년 26.4%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성 비정규직은 동기간 39.6%에서 41.0%로 늘어났다.

나 위원장은 현재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방법은 노조 가입 단 한 가지뿐이라며 여성노동 문제 개선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주문했다. 나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는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이라며 “책임을 지지 않으니까 재벌은 돈을 쌓아두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하게 되고, 내수 경기가 침체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먼저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규제하고 처벌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을 주기 어렵다는 영세사업장의 경우 위에서 책임을 아래로 전가해 돈이 위로만 가게 되는 현상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므로 이 문제의 물꼬를 트는 정책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여성의 일로 치부하는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여성과 남성의 일자리가 평등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보장하는 나라는 출산율이 높다“며 “이를 위해서 남녀 모두의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남녀 그리고 사회가 같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인식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먼저는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부터 근로단축과 관련 인센티브 또는 제제를 통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서의 남녀평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나 위원장은 “여성노동자가 행복한 사회가 좋은 사회”라며 “여성노동자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되면 당연히 그 혜택이 남성노동자에게도 돌아가게 되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어야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된다. 그런 사회여야지 아이도 행복하고 나라의 미래가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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