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설사와 변비, 아랫배에 가스가 잘 생겨 복통이 심한 증상이 반복되면 먼저 대장암 등 중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증상은 과민성 장증후군을 포함해 감염성 설사, 궤양성 대장염, 갑상선 기능 항진증, 크론병 등 다양한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다.

전문의에 따르면 이 중 과민성 장증후군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증상이 심해져도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 보니 심각한 장 질환을 자칫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자가진단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제은영 진료과장과 함께 ‘과민성 장증후군’은 어떤 병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제은영 진료과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제은영 진료과장

증상 유사한 중병 많아… 셀프처방·관리는 ‘금물’
‘저 포드맵 식단’ 모르면 불필요한 통증 불가피
진료 후 전문의 조언 따라 때에 맞는 대처 중요

-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과 원인은.

과민성 장증후군이 있으면 식사나 스트레스 후에 복통, 복부 팽만감, 설사 혹은 변비 등의 배변 장애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 3개월 동안, 한 달에 3일 이상 증상이 있어야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정확한 발병 과정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과민성 장증후군은 뇌와 장 사이의 상호작용 문제로 내장 감각이 예민해지고 장운동에 변화가 생기는 것 외에도 장내 미생물 이상, 자율신경계 이상, 유전학적인 요인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자극적인 음식, 불규칙한 식생활, 스트레스 등은 병을 더욱 악화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 피부트러블 등 다른 질환과의 상관관계는.

흔히들 소화불량이나 변비가 있으면 피부에 뾰루지가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해 아직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실제로 이러한 환자를 상담해보면 대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데 이로 인해 소화기 계통에는 과민성 장증후군이 피부에는 호르몬 분비 이상이 생겨 뾰루지가 난 경우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두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생활에 불편함을 줄 정도로 증상이 심하고, 오래 지속되거나 자주 재발해도 건강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합병증을 남기지 않는 특징이 있다. 기능적 장애일 뿐 대장암으로 발전하거나 생명에 위협이 되는 병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믿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감소돼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 복통 자료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는.

증상이 심한 경우다. 증상이 심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겨 삶의 질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회식 다음 날 아침 잦은 설사 증세와 심한 복통 때문에 병원을 찾는 직장인이 의외로 많다. 같은 이유로 중요한 발표를 망친 환자도 있었다. 상황에 맞는 약물을 처방받아 증상을 조절했더라면 무사히 업무를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복통과 잦은 설사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는 것도 힘들고 시험을 보는 중에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 힘들다’며 병원을 찾은 입시생이 있었다. 즐겨 먹던 밀가루 음식, 탄산음료, 커피 믹스를 줄일 것과 위장관의 과도한 경련성 운동을 감소시키는 진경제 및 유산균 제제를 처방해 줬다. 약물을 3주간 복용하고 증상이 호전돼 식이 조절은 유지하고 증상이 나타날 때만 약물을 복용하도록 했다. 그 후 이 환자는 특별히 증상 악화가 예상되는 시험 기간에 약물을 복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업 집중력을 되찾아 만족해했다.

- 햇볕을 쬐는 것이 과민성 장증후군에 좋다는데.

대규모의 추가 임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나 비타민D 수치를 높이는 것이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몇몇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영국 셰필드대학 버나드 코프 박사 팀은 비타민D 결핍 정도가 클수록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이 심하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밝혔다. 이 연구의 대상자였던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 51명 중 82%가 비타민D 결핍 상태였다. 햇볕을 쬐면 우리 몸에서 비타민D가 저절로 만들어진다. 비타민D는 햇볕을 하루 30분 정도 쬐면 필요량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데, 볕이 차단된 실내에서 낮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비타민D가 포함된 영양제를 복용하는 방법으로도 보충할 수 있다.

- 과민성 장증후군 예방에 좋은 음식과 생활 습관이 있다면 

과민성 장증후군에는 ‘저 포드맵(FODMAP) 식이’가 권고된다. 포드맵은 ‘Fermentable(발효되기 쉬운), Oligosaccharides(올리고당류), Disaccharides(이당류), Monosaccharides(단당류), And Polyols(폴리올)’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써 ‘짧은 사슬 탄수화물’을 일컫는 말이다. ‘포드맵’이라 불리는 ‘짧은 사슬 탄수화물’은 소장에서 삼투압을 증가시켜 설사를 유발하고, 대장에서는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가스 참, 복부 불편감을 야기한다. 따라서 포드맵이 많이 든 밀가루, 우유, 콩, 사과, 배, 수박, 양배추 등은 피하는 것이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의 건강에는 오히려 좋다. 반대로 포드맵이 적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바나나, 포도, 딸기, 귤, 토마토, 감자, 고구마, 당근, 쌀, 오트밀, 두부나 생선류는 섭취가 권장된다. 육류는 지방이 적은 부위나 살코기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적당한 운동과 휴식, 충분한 수면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걷기는 장운동을 활성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어서 추천된다. 유산균 제제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꼭 기억해야할 ‘과민성 장증후군’ 추가 상식

자신이 과민성 장증후군이라 생각이 되더라도 자가진단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감염성 설사’ ‘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도 과민성 장증후군과 증상이 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심되는 증상이 반복되면 우선 전문의의 진료를 꼭 받아 볼 것을 권한다. 특히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라도 ‘경고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다른 기질적 질환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경고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체중 감소, 혈변, 빈혈, 발열이 동반되거나 50세 이상에서 증상이 처음 생긴 경우, 복통으로 잠을 깨는 경우, 대장암 또는 염증성 장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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