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風前燈火),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 어떤 지도자도 나라와 국민은 없다. 하나의 국민을 두 가지의 생각과 사상을 가진 국민으로 창조하고, 국민들은 그것을 좋게 여기며 하나 되기를 싫어하고 있으니 참으로 참다운 지도자와 국민은 없다는 말인가. 거짓을 참으로 알고, 참을 거짓으로 여기는 웃지 못할 세태는 누가 창조한 것인가. 그 뿌리와 중심에는 종교가 있었다. 종교는 종교여야 했고, 세상 정치는 세상 정치였어야 했다. 그 이유는 종교는 하늘의 뜻이고 가르침이며 세상은 그저 땅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둘은 절대 섞여서는 아니 되지만 바벨이라 하듯, 인위적으로 섞어 혼돈의 세상으로 변질시킨 종교와 종교지도자들, 나아가 이들과 하나 되기를 마다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신들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 거짓과 부정과 불법을 양식 삼았던 위정자들의 죄는 하늘에 사무쳤고 또 땅도 마땅히 알고 있으리라.

오늘날을 돌아보자. 이 지구촌은 그동안 역사의 수레바퀴를 쫓아 문명을 일으키며 또 인류 회복을 위해 많은 사람들에 의한 나름의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구촌의 현실은 그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성한 곳이 없다.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하니 서글플 따름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인해 나라 안팎을 불문하고 선(善)이라고 하는 진실과 진리와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다만 보이는 것은 거짓과 위선과 권력과 무력만이 난무하니 그야말로 지구촌은 악(惡)의 소굴 그 자체가 돼버렸다. 설상가상인 것은 악의 소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두가 악이 돼야 하는 모순의 마술에 걸려 그 악이 마치 정의라도 된 마냥 세상은 미쳐버렸다. 악은 또 다른 악을 부르고 원하니 그야말로 악(惡)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패하고 타락한 종교와 그 종교가 주는 사상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 지구촌은 키잡이를 잃은 배가 망망대해에 떠 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미치고 타락한 종교는 악의 원천이 되어 인간과 사회와 나라와 인류를 집어삼킬 기세다. 이러한 현실의 와중에서도 그나마 안타까워하고 탄식하는 의로운 자들이 있기에 인류의 명맥은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남아 있는 불씨를 살리려 애를 쓸 것이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구전(口傳)돼 왔으며, 또 전설과 설화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읽게 했던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이었다. 이 권선징악은 우리 국문학을 통해서도 악을 징치하고 선을 권장했던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으로 우리의 노래가 되고 사상이 되고 문화가 되고 종교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는 오늘날 아무리 악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선이 이기고 인류를 회복시킬 것을 믿게 하고 다짐하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무리 악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해도 결국 그 악은 선을 잉태하고 있었다는 이치를 깨닫게 한다. 뿐만 아니라 악은 이 세상이 도무지 믿지 못할 한 일 즉, 선의 승리를 가져오는 반전의 드라마 곧 기적의 역사 신(神)의 역사를 이끄는 무대가 됐고, 나타날 것을 알리는 역할을 했으며, 출현했을 때는 그 증거가 되고 증인이 될 것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지금까지의 설명을 대신하고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좋은 일’은 곧 선의 승리며, 선의 승리 곧 악의 세상을 끝내고 선의 세상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온 세상에 악이 관영해야 함을 알리고 있으니 창조주의 섭리가 아니겠는가.

조선이 낳은 유학자 격암 남사고는 그의 비결서(예언서)를 통해, “송구영신(送舊迎新) 호시절(好時節) 만물고대(萬物苦待) 신천운(新天運)”이라 했다. 이 말인즉, 끝내야 하는 한 시대가 있고, 그 시대가 끝남으로 새 시대가 출현하게 되니 곧 ‘송구영신 호시절’이다. 또 ‘만물고대’라 했으니, 어느 개인이 바라고 원하는 게 아니라 창조주가 지은 모든 만물이 바라고 원하던 세상이라는 점이다. 이는 창조주가 지은 만물은 지금까지 창조주의 뜻 아래 있지 않았음을 알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나아가 깨달아야 할 것은 한 시대가 끝나야 하는 이유는 부패했기 때문이며, 그 부패는 누가 준 것이 아니라 욕심과 교만으로 스스로 부패와 타락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물에게는 천택지인에 의해 창조되는 새로운 시대 곧 새 종교가 필요했고, 또 새 종교는 이전 시대가 부패했을 때 출현할 것임을 격암 선생을 통해 미리 알려왔으니 곧 ‘신천운’이다. 이에 대해 우주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구전과 역사와 문화와 종교를 통해 입이 닳도록 알려왔고 외쳐왔음을 이제라도 깨닫는 것이 이 시대가 담당해야 할 몫이며 사명이다.

그러나 아무리 때가 되어 찾아온 섭리요 순리라 할지라도 악을 이기고 선을 쟁취하기 위해선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고난과 희생과 배고픔과 서러움과 겁박을 담보로 해야만 한다는 또 다른 섭리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만 끝내 이길 수 있다는 진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 회복의 길을 걷는 이들의 숙명이요 운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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