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사동90블럭 복합개발사업 조감도 및 학교부지 위치. (제공: 안산시)

교육청 “사업주체 안산시가 책임져야”
안산시 “우리가 분양했나?… 의무 없다”
시행사 “시간 끌며 기부채납 유도” 불만

[천지일보 안산=정인식 기자] 안산 사동90블록 초등학교 부지 공급책임을 놓고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이 맞서고 있어 사동90블록 복합개발사업 2차분양에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1차분양 입주는 2020년 3월부터 시작된다. 거기에 맞춰 학교도 개교해야 하지만 ‘학교부지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해 안산시와 도교육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2차분양 계획 안에 초등학교 건립이 포함돼 있어 분양승인이 안되면 학교를 지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학교를 짓는데 통상 2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아직 1년의 여유가 있지만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안이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안산시를 사동90블록 복합개발사업의 시행자로 규정, 학교용지특례법 제4조를 근거로 안산시가 학교용지를 무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도원중 안산시 기획계장은 “안산시가 사동90블록 복합개발사업의 사업주체라면 분양을 안산시가 한다는 건가”라며 “민간투자자인 GS컨소시엄이 개발·분양한 사업이다. 안산시는 개발자도 사업자도 아니기 때문에 학교용지를 무상공급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종수 안산시 투자사업계장은 “도교육청이 2015년부터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지난 2월 ‘학교용지특례법 4조를 들어 학교부지를 무상공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GS컨소시엄이라는 시행사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안산시를 사업주체로 보는 것은 도교육청이 초등학교 설치의무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동90블록 복합개발사업은 안산시와 시행사인 사동90블록PFV㈜(GS컨소시엄)간 토지매매계약을 지난해 6월 체결, 10월 사동90블록그랑시티자이 1차 분양이 마무리됐다. GS컨소시엄은 2차분양을 올 4월로 계획하고 있었으나 초등학교 부지가 해결이 안돼 사업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안산시는 2차분양에 대해 “학교 부지와 관련해 도교육청과의 협의가 완료돼야 사업승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시행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안산시는 조건부로 2차분양을 시행할 수 있게 하고 법적 쟁점이 되는 사안은 법제처의 판단이나 소송을 통해 최종결과에 따르자는 안을 경기도교육청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학교용지특례법(학특법) 제2조에는 ‘주택법에 따라 시행하는 사업 중 300가구 규모 이상의 주택건설용 토지를 조성 개발하거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개발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원중 계장은 “학특법에 의한 주택법에 ‘사업주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다. 주택건설사업계획 또는 대지 조성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그 사업을 시행하는 국가·지방자치단체, 주택건설사업자 또는 대지조성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안산시는 토지매도자일뿐 개발시행사도, 최초 대지조성사업자(한국수자원공사)도 아니다. 사동90블록에 대해 교육부의 학교용지 무상공급 주장은 억지며 법적 근거 없는 무상공급은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초등학교 개교에 차질이 생기면 학교분담금을 납부한 입주민이 민원을 제기할 경우 안산시와 도교육청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동90블록의 전체 학교용지 비용 680억원 중 초등학교는 275억원이다. 1차분양자들이 납부한 학교용지부담금 128억원과 2차분양자들이 낼 금액을 포함하면 총 250억원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건립은 잠정적으로 보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학교용지비용 275억원에서 도교육청의 부담은 실제로는 25억원이다. 다만 향후 중고등학교를 지을 경우를 대비해 도교육청이 초등학교용지 무상공급을 요구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종수 계장은 “법적인 근거 없는 무상공급은 손실행위”라며 “우선 2020년 3월 개교를 위해 조건부로 사업을 인가해 건축을 진행하고 행정기관의 갈등은 법적인 판단과 결론에 따라 합의하고 수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시 입장에서는 시행사로부터 받아야 2차분양 토지비용 3213억원이 남아있는 상태라 사업 진행이 늦어지면 시의 예산집행 계획이나 취·등록세 수입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사업시행 금액의 30% 가량인 1조원이 지역 기업에 재투자되도록 시행사와 업무협약까지 체결한 상태에서 안산시도 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주체인 GS컨소시엄은 안산시와 교육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올해는 대선정국 등 특히 변수가 많은 관계로 분양 타이밍이 중요한데 2차 분양 시기를 놓치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교육청과 안산시가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고 있어 결국 피해는 수분양자와 사업자가 감수해야 된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급한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처럼 사업을 빨리 하고 싶으면 민간시행사가 알아서 기부채납하도록 몰고 가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상반기 사업시행이 안되면 금융권에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분양 시기를 놓치면 미분양이 속출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텐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느냐”며 “행정이 이렇게 진행되면 제2, 제3의 투자가 이뤄지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사동90블록 한 분양자는 “두 기관이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시민과 학생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 이익을 위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구태 행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내 돈 내고 분양받은 것을 공공기관에서 발목 잡는 것은 어느 시대적 행태냐”며 “대통령도 탄핵당하는 시점에 너무 안일한 행정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러한 학교 신설 어려움을 논의하기 위해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지난 6일 오전 국회 본관3식당에서 교육부 차관을 만났다. 교육부는 지난 5년 동안 경기도 내 학교 49곳의 신설 요청을 반려시킨 바 있다. 협의회는 대규모 택지지구 중심으로 학교 신설이 보류돼 지자체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이영 교육부 차관에게 “오는 13일에 열릴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안산 사동90블록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도교육청이 학교부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한편 사동90블록 복합개발사업은 총 사업비 3조 7000억원이 투입되는 미니 신도시급 개발사업으로 공동주택 6600세대, 오피스텔, R&D연구복합시설, 호텔, 공공·문화시설, 스마트팩토리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안산시는 해당 사업을 통해 인구유입과 연간 200억원의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