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기는 처음인 것 같다. 특히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 상황은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67년 전, 동족상잔으로 인해 400만명이나 목숨을 잃어야 했고 온 나라가 잿더미로 변했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사린가스) 사용으로 어린이를 포함 수십명의 살상자를 낸 데 대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발사함으로 한반도를 위시한 세계 질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고, 세계는 손익을 계산하며 미래전략 세우기에 바빠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 기간 시진핑 주석과의 만찬 중에 내린 조치라는 점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트럼프의 예기치 않은 조치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게 하지만, 알려진 바대로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성명발표는 없었지만 시 주석이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의 모든 옵션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으로 봐야 한다. 회담 직후 중국 군사 전문가나 당국자들의 발언과 함께, 지난 10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한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감행 시 중국은 보다 더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한중 양국의 이름으로 발표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의 모든 옵션은 한마디로 북핵 즉, 제6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대한 타격은 물론이고 나아가 북한 정권 내지 김정은 참수까지를 의미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옵션에 대해 그동안 중국은 북핵 해결에는 공동 대응해 갈 것이나 북한 정권 내지 김정은 참수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결국 9일 싱가포르에서 호주로 향할 예정이던 칼빈슨 항모전단이 경로를 바꿔 한반도 방향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에 힘이 실리며 한반도는 물론 세계는 긴장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칼빈슨 항모 전단은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항모와 두 척의 유도미사일 구축함, 한 척의 유도미사일 순양함으로 구성돼 있다. 나아가 움직이는 군사기지로 불리며 독자적으로 전투를 감행할 수 있는 대규모 항공모함이다. 더 나아가 미국은 이미 북한이 조만간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시 이를 격추할 뜻을 호주 등 주변 동맹국들에게 통보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개발과 무모한 행동은 중국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며, 미국이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의 재배치를 가져오게 되고, 나아가 일본의 핵무장을 가져오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듯하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시리아 폭격 명령 후, “트럼프는 비로소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는 진보언론 보도가 나왔다는 것은 북 선제타격이 미국의 반 트럼프 여론을 잠재우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트럼프의 정치적 카드로도 매력을 갖게 하는 대목으로 한반도 정세를 더욱 어둡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 같은 격동의 한반도 분위기는 우려에서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온 것이다. ‘탄핵과 대선’이라는 안경의 색에서 다른 색을 보지 못하고 있었고, 아니 애써 보지 않으려 했으나 이미 세계는 한반도의 전쟁위기설, 북 선제타격론 등에 대해 주목해 왔으며, 일본 정치계는 ‘자국민 구출대책 수립’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는 사실이 그 한 예라 하겠다.

이처럼 엄중한 국면이 우리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안일한 대처와 위기에 대한 막연한 전망만을 내놓으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미 수십년 동안 내려온 전쟁에 대한 불감증이랄까 아니면 대선 전략의 손익계산에 편승한 무책임한 위정자들의 매국적 발상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촉즉발의 위기는 눈앞의 현실이 됐다.

어찌됐든 어느 한 쪽의 오판은 회복할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며, 곧 자멸의 길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길은 우리 국민 모두의 총화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탄핵시킬 줄 아는 위대한 국민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저력의 민족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도자는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참으로 살신성인과 구국의 정신으로 국민과 함께 헤쳐 나갈 때 우리는 또 다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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