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유일여고 1학년 2반 학생들이 선행일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주유일여고 1학년 2반

[천지일보 전주=김도은 기자] “선행일기 쓰면서 착한 일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의 발달로 손글씨 자체를 싫어하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그런데 학급 전체가 ‘선행(善行)일기’를 쓴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5일 전주 유일여자고등학교 1학년 2반을 찾았다.

온고을(온전한 땅) 전주의 주봉인 기린봉(麒麟峯)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인지 학생들은 한결같이 단정하면서도 활기찬 모습이었다. 유일여자고등학교는 경천애인(敬天愛人)과 자아실현(自我實現)을 건학이념으로 1983년 설립했다. 유수 교장은 작년 9월 취임 일성으로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기술의 무한 확장이 예고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인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내 분위기에 맞춰 시작된 1학년 2반의 선행일기는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선행일기, 미세먼지 걷어내는 봄비 같아

담임 김응용 국어교사에게 선행일기를 제안한 이유를 묻자 김 교사는 “이 선행일기가 꽃보다 예쁜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 쌓인 먼지를 걷어내고 맑은 시야를 선물하는 봄비가 돼 주길 바라 시작했다”고 했다.

김 교사는 “우리가 날마다 각종 매체에서 접하는 소식들은 매우 자극적이고 나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면서 점점 우리가 가진 본성 즉, 인성을 흐려놓고 있다. 그럴 때 우리 아이들이 먼저는 자신을 위해 또 공동체를 위해 선행(善行)을 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적다 보면 어느새 그네들 마음에 ‘봄비’가 내려 부정적인 것은 씻겨 내려가고 좋은 인성을 소유한 아름다운 꽃이 필 것”이라면서 “그래서 선행일기를 쓰는 우리 반 아이들은 ‘꽃’”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쓰기 시작한 아이들도 하루를 돌아보면서 상처 준 말을 반성하고 타인을 더 배려하는 자신을 보면서 선행일기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 전주유일여고 1학년 2반 학생들이 쓴 선행일기. 자신과 반에 행한 선행을 매일 적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신감·긍정적 사고가 더 커졌어요”

학생들에게 선행일기의 효과를 묻자 “선행일기에 더 많은 내용을 쓰고 싶어서 착한 일을 더 많이 하게 됐다”는 천진난만한 답부터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꽤 어른스런 답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쏟아졌다. 일기쓰기의 장점으로 많은 학생들은 자기보기, 자신감 증가, 좋은 습관 형성을 꼽았다. 

강민주 학생은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실수나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알 수 있어 나 자신을 혼내고 반성할 수 있다.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도 더 커진다”고 했다. 고혜원 학생은 “이런저런 선행을 일기에 쓰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나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기도 하다”면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선행일기를 썼다는 것을 기록하면 심사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것 같다”고 실질적인 이유를 들었다. 

◆“나눔․배려심으로 사이가 좋아졌어요”

선행일기는 개인을 넘어 1학년 2반 전체 분위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승주․강한올 학생은 “선행일기를 많이 채우고 싶어 자신과 공동체에 착한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면서 “나눔과 배려하는 습관을 만드는 기회가 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만든다”고 했다.

김진경·윤지수·한기연·황가연 학생은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다보니 반 애들끼리 사이가 좋아진다. 내가 미처 못 봤던 나의 다른 모습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선행일기는 확실히 착한 일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좋은 습관들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또 황보현·안희원 학생은 “귀찮은 일이 있어도 하게 되고 사람이 부지런해지는 것 같다. 개인이나 공동체에 이로운 일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고 답해 일기쓰기가 개인의 인성발전을 넘어 단체생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기성세대는 요즘 학생, 젊음세대가 ‘예의 없다, 이기적이다, 나약하다’고 말하곤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빠져 있고 카톡으로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적어도 유일여고 1학년 2반 학생들이 선행일기를 쓰면서 생긴 변화에 대해 들으니 아이들을 탓할 게 아니라 기성세대가 먼저 말 그대로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 수능, 스펙에 대해서만 가르쳐 놓고 인성을 내놓으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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