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가 열렸다. 이번에는 원고나 준비된 자료도 없이 토론을 하는 사상 첫 ‘스탠딩 토론’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관심은 더욱 컸다. 더욱이 대통령이 되려는 각 후보들의 지적 수준과 각종 정책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비전과 철학까지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각 후보들의 내재된 수준과 역량은 상당 부분 드러났다. 내공이 축적된 탄탄한 후보도 있었고 반면에 오락가락 하거나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을 드러낸 후보도 있었다.

진화는 했으나 알맹이가 부족했다 

대선후보 TV토론회는 그동안 형식과 내용 면에서 많이 발전했다. 1차 토론회에서의 정책 브리핑 모습이나 이번 2차 토론회에서의 스탠딩 토론은 단순히 형식을 넘어서 일정 부분 질적인 문제까지 담보할 정도로 진화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각 후보들의 매너와 발언의 품격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도 다행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아쉬운 대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주제의 집중도가 부족하다. 정해진 일정에 약속된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특정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집중해서 분명한 입장을 확인토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주제가 중구난방 수준이고 메시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핵심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큰 논란 없이 넘어가겠다는 의도라면 굳이 TV 앞에 설 이유가 없다.

둘째, 내용의 심층도가 부족하다. 아무리 대중적 TV토론회라고 하더라도 핵심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검증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속에 담긴 국정운영의 철학과 정책역량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수준의 토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커녕 ‘맛보기’ 수준에 불과하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 마저도 곁가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셋째, 논쟁의 신선도가 떨어진다. 이미 했던 발언, 그리고 해명된 사실 심지어 결론이 난 내용까지 다시 꺼내서 공세를 취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태도는 적절하지 못하다. 했던 얘기 다시 하려고 TV 토론회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차례 더 남은 TV토론회를 위해서, 그리고 대선 이후의 대선후보 TV토론회 보완을 위해서라도 몇 가지의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중앙선관위든 각 방송사든 간에 대선후보 토론회 전체를 관장하는 기본적인 틀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토론회의 생산성이 담보되고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각 토론회의 의제를 핵심 주제로 선정해서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토론회별로, 그리고 토론회에서의 각 파트별로 세부 주제를 미리 제시해야 한다. 막연하게 정치, 외교 등으로 퉁칠이 아니다. 그래야 그 주제에 집중할 수 있으며 중복되거나 옆길로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선후보 TV토론회의 형식과 내용의 진화만큼이나 이제는 그 운용과 생산성 그리고 효율성 문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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