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락 시바락사 박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월드컬쳐오픈에서 진행된 ‘불교, 평화를 말하다’ 강연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부처님 가르침 따라 남에게 보시하고
진실 말할 용기 갖고, 두려움 없애야”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미얀마 군사정부는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에게 불교로의 개종을 강요하면서 토지를 몰수하고 강제노동을 시키는 등의 폭정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에는 미얀마 군경이 로힝야족을 자국 영토에서 몰아내려 민간인을 고문하거나 살해하고 성폭행과 방화 등을 일삼는 등 ‘인종청소’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종교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평화와 상생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는데, 과연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 종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교계 선지식 술락 시바락사 박사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나에게 소중한 것을 남에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힘을 가진 사람 앞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두려움을 가지지 않아야 합니다.”

술락 시바락사 박사는 21일 서울 종로구 월드컬쳐오픈에서 진행된 ‘불교, 평화를 말하다’ 강연에서 세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선 이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아마산 다나’ ‘달마 다나’ ‘아바야 다나’를 풀어서 말한 것인데 아마산 다나는 보시, 달마 다나는 불법(佛法) 보시, 아바야 다나는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여기서 보시는 무엇을 나눠주는 것을 말하는데, 때로는 목숨까지 내놓기도 한다. 또 불법을 보시한다는 것은 불교 경전의 가르침을 나눠주는 것인데, 술락 박사는 이를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라고 정의 내렸다. 그는 “독재정권 하에서 진리를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렇지만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진리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예를 들었다. 또 두려움을 갖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두려움이 없으면 용서할 수 있고, 적은 (밖이 아닌) 우리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 안의 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락 박사는 이를 실천하기 전에 먼저는 내면의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 안에 있는 탐진치(貪瞋癡,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에서 깨어나 내면의 평화를 이루면 자신을 비판적으로 자각하게 되고, 이 내면의 평화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스님이 자신의 절에 무슬림 회교도 600명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수 극우 스님이 그들을 내보내라고 했죠. 그래서 스님이 ‘이들을 내보내려면 먼저는 나를 죽여야 한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보수 극우 스님들이 그냥 물러났습니다. 이분의 입장이 너무나도 확고했기 때문이죠. 이것이 저희에게 말해주는 것은 (우리 내면에서) 자비와 도덕적 용기가 결합됐을 때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회에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술락 박사는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구조적인 폭력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조적 폭력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사회로 가져올 수 없다”며 “어디를 가든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게 돼 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 사이의 간극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술락 시바락사 박사는?

태국의 불교사상가이자 사회비평가로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가운데 하나다. SNF와 SEM을 설립하고 태국을 비롯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지역에서 대안적인 교육 제공을 통해 풀뿌리단체, 시민사회단체의 성장과 역량강화를 지원해왔다. 군사독재 시기 왕실 모독 혐의를 받아 두 차례에 걸쳐 정치적 망명길에 오른바 있다.

1989년 달라이라마, 틱낫한, 마하 고사난다 스님의 지원 하에 1989년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의 설립을 주도했다. 2회에 걸쳐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된 바 있으며, 대안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과 ‘니와노평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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