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한국페미니스트협회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창립 취지와 활동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김재원 ㈔한국페미니스트협회 회장

원로급 남성 중심 페미 단체
남녀평등 위한 국가 역할 강조
“결혼·출산 안하면 인류종말 와”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원로급 남성들이 양성평등 관점에서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풀어 보겠다는 취지로 ‘㈔한국페미니스트협회’를 창립했다. 이들은 국민 캠페인 결혼합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운동, 남자 없는 밤 제정, 국회 여성의원 늘이기 운동, 소녀상 문제 완전 해결 등의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원로급 남성들이 주측인 점, 내세운 목표들을 결혼-출산 등과 연관 시키는 점 등은 협회가 과연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이에 김재원 ㈔한국페미니스트협회 회장을 직접 만나 협회의 창립 취지와 활동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창립 취지는.

목표는 남녀평등의 완성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하면 평등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70년대부터 고민했다. 잡지와 방송을 통해 수도 없이 주장했지만, 변화가 더뎠다. 조직을 만들어 운동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을 만들어야 목소리도 커지고 정부기관과 접촉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특정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은 아니고, 2000년대부터 성대석 한국언론학회 회장,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 등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많이 주고 받았다. 여성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생각이다.

- 페미니스트 협회인데 남성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남녀 동률로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남성들이 나서 여성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 그동안 여러 세기에 걸쳐 지은 남자들의 죄를 사죄해야 한다는 의미로 협회 구성을 남성 중심으로 했다. 의식적인 것이다. 여성들이 여성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일을 진행하면서는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다. 현재 여성유권자연맹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함께 하고 있는데, 접촉 범위를 더욱 넓힐 계획이다.

- 내세운 정책들이 여성운동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국민 캠페인 결혼합시다’는 운동 차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인 이유를 꼽는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많은 여성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손해’라는 말을 한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을 같이 하는 것이고, 궁극적이고 고전적인 의미에서는 자기 생명을 세상에 남기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

‘남자 없는 밤 제정’은 예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지만,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단 하루만이라도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밤을 여성들에게 온전히 돌려주자는 취지다. 6월 쯤에 남자 없는 밤의 필요성에 대해 공청회를 통해 토론해 볼 계획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문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은 여성을 생산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뿌리 깊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군‘위안부’를 테마로 한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서 국제 영화제에 상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얼마나 잔인하고 동물적인 것인지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나 만들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을 해야 한다.

- 페미니즘이 어떻게 결혼·출산과 관계가 있는가.

결혼을 해서 여성이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손해를 보충해줘야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야기 하던 게 여성임원할당제다. 우리나라의 여성임원은 2%도 안 된다. 40%까지 늘려야 한다. 국방·교육 문제보다 결혼과 출산 문제가 더 중요한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조금이라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국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먼저 소속 회원사 만이라도 사원들이 결혼할 때 무조건 1000만원씩 주도록 해서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축하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문화를 중견·중소기업까지 퍼저나게 해야 한다. 선진국은 여성의 삶에 불편함이 없는 나라다.

- 낙태죄 폐지와 성소수자차별 금지에 대한 생각은.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는 양비론이다. 결혼에 대한 근본을 따져보자. 결국 후손을 세상에 남기기 위한 것이다. 결혼을 안 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결혼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한 도전이나 반대다. ‘자궁은 나의 것, 정부는 꺼져라’라고 주장하는 데 이는 30~40년 전이라면 나와야 할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는 여성정책이 많이 변했다. 여성노동에 대한 저임금이 해결되고 출산을 통한 여성의 손해를 없게 만든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소수자 문제도 결혼의 궁극적인 목표에서 이탈한다고 본다. 성소수자의 사랑은 감각적인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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