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29일 ‘광장의 경고! 촛불 민심을 들어라! 23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내달 9일 예정된 제19대 대통령선거 전 마지막 촛불집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도시 속의 개방된 장소로서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 ‘광장’의 정의다.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의 모습은 광장의 정의를 눈앞에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광장의 경고! 촛불 민심을 들어라! 23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촛불집회였다. 본집회 시작 시간은 오후 7시였지만 3~4시간 전부터 시민들은 광장으로 나와 자신의 의견을 목청껏 외쳤다.

광화문광장 남단에 들어서자마자 세월호텐트가 눈에 들어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광장을 3년째 지키고 있는 이들은 이날도 노란리본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을 외쳤다.

세월호텐트를 지나자 ‘촛불시민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었다. 시민들은 3분이란 시간 내에서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것들은 거침없이 뱉어냈다.

이어 불법사드철회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 텐트가 나타났다. 광화문광장 옆 도로 1차선에선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주최로 영풍문고에서 광화문광장으로 행진을 진행한 시민들이 “뻔뻔스러운 미국놈들 사드 갖고 꺼져라” “주권모독 불법반입 사드배치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선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사드 배치 반대 기도회가 열렸다.

이 외에도 ‘최저임금 1만원 서명운동’ ‘박근혜-최순실과 부역자들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 ‘경산 CU 알바 피살 사건 본사 책임 요구’ ‘노란봉투법 입법 청원서명’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위한 반올림 응원 요청’ ‘남대서양 침몰 화물선 관련 폴라리스쉬핑 회장 책임 촉구’ ‘19대 대선 투표 독려’ 등의 목소리가 광화문광장을 매웠다.

광화문광장 잔디밭에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광장에 퍼지는 목소리를 귀에 담고 있었다. 이들은 주말 외출 장소로 광화문광장을 선택한 이유로 ‘국민주권’을 꼽았다.

아이와 함께 광화문광장에 나온 이현미(41, 여, 서울 강동구)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 나왔다”며 “촛불집회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시쓰는 일이었고 역사적인 일로 회자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트장소로 광화문광장을 선택한 강의철·이혜원 커플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헌법 제1조를 대선 후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이번 대통령은 정말 국민을 위할 수 있는 대통령이 뽑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원탁(68, 남, 서울 노원구)씨는 “우리나라도 문제고 10만 달러를 내놓으라고 하는 미국의 트럼프도 개탄스러워서 나왔다”며 “국민의 주권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옛날에는 집회를 하면 폭력사태도 있고 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촛불집회처럼 하나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본집회에서는 경북 성주 사드 배치 강행,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자서전의 ‘돼지발정제’ 관련 내용, 성소수자 인권 등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된 현안에 관한 발언이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tvN 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고(故) 이한빛 PD 어머니 김혜영씨도 무대에 올라 청년 노동 실태를 비판했다.

한편 퇴진행동은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내달 6일에는 집회를 열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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