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번히 넘어진 보호용 철제빔이 도로에 얹혀 있음을 추정케 하는 10㎝가량의 앙카. ⓒ천지일보(뉴스천지)

20여일전 H빔 넘어져 사망사고까지…
주변 주민들 “사흘이 멀다 사고… 책임자는 없다”

[천지일보 부산=김영일 기자] 8일 오후 부산진구 새싹로 굴다리에 설치된 보호용 철제빔이 쓰러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인천에 거주하는 캐리어카(carrier car) 운전자 이씨는 “진입로(서면 로터리→ 초읍)는 높이가 3.5m인데 출구는 왜 3.2m가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토로했다.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캐리어카 운전자 이씨는 여느 때와 같이 새싹로 굴다리를 건너던 중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철도 교각에 설치된 보호용 철제빔이 배씨의 차량 위를 덮쳤다.

이어 사고를 볼 틈도 없이 맞은편에서 오던 한창여객 소속 133번 시내버스도 쓰러진 보호용 철제빔에 끼여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 오늘 사고뿐 아니라 잦은 사고를 짐작게 하는 흔적. ⓒ천지일보(뉴스천지)

사고를 낸 이씨는 황당하다는 말을 연신 뱉었다.

이씨에 따르면 “진입로(서면 로터리→ 초읍)는 높이가 3.5m인것을 다리 진입 시 확인을 하고 평소처럼 진입했는데 출구는 3.2m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지난번에 통과할 때는 이상이 없었는데 오늘 공사를 하면서 규정에 맞게 설치를 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구청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한 화물공제 관계자를 불러났으니 담뱃값이나 줘서 얼른 마무리하자”고 했다며 “이런 식으로 대충대충 탁상공론식으로 일을 처리하니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는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어 “보험회사에서 처리는 해 주겠지만 보험 처리를 하지 않을 심산”이라며 “그동안 무사고로 보험료를 60%까지 낮춰 놓았는데 이번 사고를 보험 처리로 하게 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자 이씨의 차량을 측정한 결과 3.3m로 굴다리 놀이보다 10㎝가량 차량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배씨는 굴다리를 여러 차례 오갔으며 여태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 8일 오후 부산진구 새싹로 굴다리에 설치된 보호용 철제빔이 쓰러져 캐리어카와 버스가 눌러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상황은 한창여객㈜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재호 한창여객㈜ 상무이사는 “사고 소식을 듣고 급하게 왔다”며 “이런 사고가 다 있냐. 황당하다”고 말하며 어이없는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구청도, 철도청도 모두 관할이 아니라며 나 몰라라 발뺌만 하고 있다”며 “이러니 화물공제조합의 의례를 받아 진행하는 하도급 업체 공사 또한 엉망”이라며 아직 마르지도 않은 콘크리트를 쳐다보며 혀를 두르고 있었다.

이어 “10㎝ 정도의 앙카가 얼마나 힘이 있다고 저걸 땅에 박으려 했는지 공사업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사고지점 주위에 사는 한 시민은 “며칠 전에도 차에 부딪혀서 보호용 철제빔이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며 “주먹구구식 부실 공사 탓에 가엷는 목숨만 버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허술한 공사를 하는데도 시나 구청은 조처나 관리를 할 생각도 없이 수수방관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건 현장 옆에서 장사를 하는 A씨는 “아침에 공사했는데 저게 왜 또 넘어졌냐”며 “넘어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대책을 세울 생각도 없이 임시방편으로 설치해 안전불감증 행정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호용 철제빔이 차에 걸려 있기 망정이지 승용차에라도 떨어졌더라면 하마터면 또 아까운 목숨을 잃을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에 대해 철도청 시설처 관계자는 “얼마 전 사고가 났을 때 보수 공사를 한 것은 도의적 차원에서 한 것이지 관할이여서 한 것이 아니다”며 “지자체와 철도청의 논의가 더 필요하지만 공제조합에서 할 일이지 우리 청 시설처와는 아무 상관 없다”고 책임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조사를 나온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넘어진 시설은 철도 운영을 위해 만들었으니 철도청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 아니냐”며 “다른 부서에서 철도청에 관한 시설을 관리해 줄 이유가 있나?”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경부선 철로가 100년 됐다고 자랑은 하면서 구청도, 철도청도 담당 관할이 아니라며 사고에 대해 발뺌하기 급급하다”며 “한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실제 콘크리트는 오전에 공사한 듯 채 마르지도 않아 습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지대로 사용된 앙카 역시 10㎝ 남짓 거대한 무게의 보호용 철제빔을 버티기엔 역부족이다.

▲ 보호용 철제빔 지지대 앙카를 박았던 자리. ⓒ천지일보(뉴스천지)

관할처가 분명치 않아 늦장 대응으로 이날 사고로 일대가 2시간 30여분 동안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사고가 난 이후 조치가 늦어 사고 난 아래로 차량이 다니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사고가 난 굴다리는 경부선으로 연결되는 철로로 부산철도청에서 관리를 하지만 교각에 설치된 보호용 철제빔은 도로 사용을 관할하는 구청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양 기관의 팽팽한 대립으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한편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안심불감증 행정이라는 평가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미루기식 행정보다는 책임소재가 명확한 시시비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진입로(서면 로터리→ 초읍)에 3.5M라고 표시된 높이 제한 표지.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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