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의 스타트업 5년 차 권익환 ㈜샤픈고트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데스밸리 구간 스타트업, 정부의 손길 절실
뎁스2, 5월 셋째주 시제품 출시
‘디지털 소화기’… 스마트폰과 연동, ICT 기술 적용 

[천지일보 부산=김영일 기자] “남이 나를 알아주지 못함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근심하라.”

이것은 부산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권익환 ㈜샤픈고트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의 스타트업 5년 차 권 대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으로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 이미 명성을 얻은 주인공이다.

그가 첫선을 보인 제품은 자동차 옆문에 부착해 주차 시 도어 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도어프로텍션시스템’이다.

최초의 제품은 차량용 액세서리에서 출발했지만 올 하반기 출시될 ‘뎁스(DEPS) 2’ 제품은 단순히 문콕방지뿐만 아니라 차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충격 발생을 사전 경고함은 물론 증거자료까지 채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2016년 부산국제모터쇼와 서울국제오토살롱에서 참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미래창조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은 물론 미래창조부 K-Global300기업, 부산시 대표창업 1호 기업이며 40건이 넘는 국내외 지적 재산권과 국제인증을 출원 및 등록하고 있다.

그는 “취미 생활로 글쓰기를 좋아해 중학생 때부터 기고를 많이 했다”며 “글을 쓰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너털웃음을 웃어 보였다.

다음은 권익환 대표와의 일문일답.

- 스타트업 5년 차로서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청년스타트업 정책이 지난 5년간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 왔다. 우려스런 것은 그런 지원정책이 지나치게 초기기업에만 집중돼 있고 지표 위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청년 창업자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정부 지원에 선정되면 통상 1억원 정도의 창업자금을 지원을 받게 된다. 사업이라는 것이 통상 개인 사업자로 시작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거나 투자이슈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법인 전환을 하게 되는데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신속한 법인전환을 요구받게 된다. 법인 설립개수를 실적으로 잡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많다. 공식적인 창업자 수는 많아졌을지 모르지만 첫해 수익은 기대하기 힘드니 적자 법인만 많아진다.

한 명의 창업가가 3~4명을 고용하니 고용지표도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창업 1년이 지나 정부지원금이 소진되면 자리를 잡지 못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들을 계속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예비취업자들에게 스타트업은 고용이 불안한 취업처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고용했던 직원에게 노동부 고발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 번에 200명을 선발에 200억을 지원했다고 가정하면 200개의 신설법인이 새로 생기고 법인 설립 개수의 3배 정도 되는 신규 고용창출이 발생하겠지만 실제 창업기업의 약 80%가 3년이 지나기 전에 실패한다. 그래서 3~7년 차까지를 데스밸리 구간, ‘죽음의 계곡’ 구간이라도 한다.

사실 이때까지 살아남아 있는 기업이 본 게임을 시작할 순간이고 정부에서도 데스밸리 구간의 창업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부 지원의 대부분은 초기창업기업, 다시 말해 창업 3년 차까지만 집중돼 있다.

3년이 지나고부터 정부는 재무제표를 챙기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자금이 투입돼야 할 시기에 매출, 고용현황, 부채비율 등을 따지기 시작하는데 기껏해야 500만~1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창업자들은 툭하면 자본잠식과 부채비율 규정에 걸려 실질적인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 현재 부산시 내 데스밸리 구간에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되나?

정확한 수치는 알지 못하지만 얼마 전 한 기관의 기관장이 마련한 조찬모임에도 데스밸리 구간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였는데 모두가 동일하게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제 노하우도 쌓이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발목이 잡힌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 그러면 공무원들이 ‘창업자들이 3년 이상 살아남기 힘들 거다’라는 생각을 하는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그것은 비단 공무원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통계이기도 하다. 실제로 창업을 해보니 처음엔 몰라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저도 약 7억원 정도의 개발비를 투입했는데 그중 3~4억원 정도는 수업료로 날린 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제조업을 예로 들어보자.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을 해서 회로설계, 기구설계, 금형까지 이르렀다고 치자, 이 단계까지 무수한 전문가를 만나야 하고 협의 끝에 대량 양산을 위한 금형을 만드는 데 이미 1억원 정도의 자금과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진된다.

정부 지원은 대부분 시제품, 시금형 제작까지 집중돼 있다. 이 단계에서 투자유치나 양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무너지는 것이다. 이때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3억원 정도를 대출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낸 제품이 시장에서 100% 반응이 올 거라는 기대를 하기 힘들다. 만약 시장에서 적절한 반응이 오지 않았다면? 1억원의 국민 세금과 3억원의 부채를 안고 창업자는 무너지는 것이다. 물론 딸린 직원들의 직장도 사라진다.

- 이제 창업가들의 실패를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 않은가?

물론이다. 정부에서는 재기 창업지원이라고 해서 실패한 창업가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창업가들이 실패를 하지 않게 하는 게 더 좋은 방법 아닐까? 흔히 우리가 스타트업을 성공해서 엑시트(exit)했다는 표현을 쓴다. 성공해서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고 부를 쌓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전한 선순환을 기대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피벗’이란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청년 창업가들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아 창업하고선 조금 하다가 힘들면 폐업을 해버리는 거다. 실패했다는 것에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지만 국민의 세금 가지고 시작했으면 최소한 책임감 있게 운영해야 한다.

- 창업가들의 심사는 누가 하나?

심사자는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사람들이 심사에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디자인 심사를 받으러 가는데 왜 해양·조선 관련 교수가 자리에 앉아있고 제품과 관련 없는 사적인 질문은 왜 그리 많이 하는가?

시제품 제작 지원사업에도 같은 심사위원, 특허비 심사지원에도 같은 심사위원이 나온다. 한 번 찍히면 계속 찍힌다. 지역사회의 심사 풀(pool)이 너무 좁다 보니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심사를 하게 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편향된 기업만 걸러진다. 다행히 일부 기관에서는 피평가자들이 심사자를 평가해 피드백을 받는 곳도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 기관평가일수록 심사위원들이 발표자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

심사위원들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들은 판사가 아니라 인생과 기업인의 선배로서 사업성 평가는 물론 스타트업을 격려해야 할 의무도 있다.

▲ 권 대표가 새로 출시될 ‘디지털 소화기’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신제품 뎁스2와 디지털 소화기는 언제쯤 나오나?

뎁스2는 5월 셋째 주에 시제품이 나온다. 기존 제품과 달리 통신망과 연동돼 움직이는 제품이기 때문에 필드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디지털 소화기 제품은 프리미엄 가전에 맞춘 디자인과 각종 센서로 무장돼 스마트폰과 연동된 ICT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소화기처럼 무겁지도 디자인이 투박하지도 사용법이 어렵지도 않다.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떡 하니 얹어 두고 싶은 뛰어난 디자인이다. 지난 일요일에도 독일에서 바이어들이 방문해 구매 의사를 확인하고 갔다. 설계는 완료된 상태로 양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서분주하고 있다.

- 5년간의 샤픈고트의 역사를 얘기한다면?

역사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처음 1000만원으로 창업을 시작하자마자 디자인, 설계 비용을 지불하고 금형을 제작하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자 3억원이 곧바로 소진돼 버렸다. 1000만원짜리 회사가 3억을 지출하니 부채비율 몇천 퍼센트에 자본잠식 상태가 돼 버렸다. 금방 성과가 나오는 IT나 모바일이 아니니 투자유치도 힘들었다.

양산도 못 하고 무너질 뻔했는데 양산하게끔 연결해준 사람은 본인의 단골 가게 참치집 실장님이었다. 이후 양산과 판매에 들어간 4억원 중 상당액은 대출로 조달했다. 부산시 대표창업기업, 미래창조부K-Global300기업, 두 번의 장관 표창과 수십 건의 특허와 국제인증, 창조경제혁신인증제품 타이틀은 많지만 투자는 요원했다.

특이하게도 창업 4년 차에 첫 투자를 받았다. 그것도 순수하게 개인들로 구성된 엔젤클럽에서다. 그로 인해 극적으로 부채비율과 자본이 개선되며 올해 신제품 출시까지 진행해 낼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우리의 선배 기업인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 정책은 세계 최고다. 가끔 실리콘밸리나 유럽에서 다른 나라 창업자들과 얘기해보면 우리나라의 청년창업 지원정책에 혀를 내두른다.

청년창업자들은 선배들이 스스로 헤쳐나갔듯이 기업가 정신으로 당당하게 일어서길 기대한다. 또한 정부는 3~7년차 데스밸리 구간의 기업에 초기창업 못지않은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

‘샤픈고트’는 독일어로 ‘창조의 신’을 의미한다. 미국이 배출한 세계적 회사인 3M과 같이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혁신제품을 만들자는 뜻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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