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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 文 대통령 내놓을 답은?
김진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발언 논란 확산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종교인 과세에 대해 2년 더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큰 파장을 일으킨 뒤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 해결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믿고 있는 개신교계 보수진영과 47년 만에 추진하기로 한 종교인 과세가 제대로 시행되는 지에 촉각을 세운 시민사회단체 간 갭이 크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종교인 과세 유예’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달 20일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때 보수진영 개신교인들이 주도한 정책발표회에 참석해 종교인 과세 유예 입장을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기독교담당 총괄책임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 측에서는 발언에 대해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고, 당론으로 인정되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산적한 국제 과제를 안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까지 남은) 7개월 사이에는 도저히 못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과세 유예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靑 “그것은 김진표 위원장의 이야기”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파장이 크자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김진표 위원장의 이야기”라며 “우리는 조금 더 살펴보고 전체적으로 조율이 필요한 사안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 대변인은 “과제와 이야기들이 논의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며 “자세한 확인을 거쳐 추후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종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혼란을 줄이겠다면서 2018년 1월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이처럼 이미 한 차례 유예를 해줬는데 또다시 유예하겠다는 발언이 나오자 시민사회는 들끓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종교인 과세 법안을 2020년으로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으며 기독교 신자 의원들을 중심으로 20여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더욱 커졌다. 김 위원장도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사실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종교계는 물론 한국교회 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진보진영 목회자들은 자발적인 납세 캠페인이 벌이고 있다. 반면 보수진영 목회자들과 기독교인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종교인과세 수용 불가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움직임이 읽힌 지 오래다. 특히 일부 목회자들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시간을 더 들인다고 입장차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종교인 과세 유예, 적폐 중 적폐… 특권 세력 있어선 안 돼”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에 ‘법치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논평을 통해 “공평과세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김진표 의원의 발의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종교인 과세에 대한 번복 시도 멈추고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재정개혁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세법은 개인의 소득에 대해 납세자의 부담능력 등에 따라 적정하게 과세하도록 돼 있다. 종교인에게 소득세 납세의무가 없도록 특례를 정하지 않고 있으며, 특혜를 두는 것도 공평과세라는 측면에서 적정하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성직자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센터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공평과세의 원칙에 종교계가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며 “지금까지 종교인에 대하여 과세를 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조세행정이 법에 따른 업무를 집행하지 않은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 가장 큰 적폐 중 하나가 세금에 관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계층이 있다는 점”이라며 “구시대 성직자나 양반 등은 세금을 안냈다. 그럼에도 혜택은 더 많이 봤다. 이게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지된다는 게 적폐 중의 적폐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대 국가가 운영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평”이라며 “직업에 상관없이 동일한 소득에 동일한 세금이 부과된다는 게 있어야 국민들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종교인과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특권 세력들이 세금을 안내거나 적게 내니까, 일반 국민들이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종교인 과세는 법안 자체가 문제가 많다”며 “(종교인들이 자신의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과 근로소득 중 선택할 수 있게 한 게 특권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행이 내년부터인데, 집권 초기에 종교인들 눈치보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인들이 기본적인 철학이 없다고 본다”고 성토했다.

김 회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탈 권위’로 일을 잘하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조세 행위라든지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염려되고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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