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토요일 서울의 중심가에서는 대규모의 시위행렬이 요란한 음악과 함께 마이크 볼륨을 높이며 도로점유 시위를 했다. 비정규직 철폐, 전교조 노조 철회 등 커다란 마이크는 도로 위는 물론 인도의 상가 안까지 쩌렁쩌렁 울려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작년부터 거리에는 시위가 떠나지 못하고 있다. 국정농단에 대통령 탄핵까지 이루어내어 대통령을 바꾸어 냈고 이제는 조용한 거리를 만날 수 있겠다 싶었지만 끝난 것이 아닌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촛불을 만들어 내고, 국정농단이 횃불을 만들어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소원하는 것들을 해소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소원을 해소시켜줄 사람, 정권을 바꾼 것이다. 순수한 민심에 뒷심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구체화 지속화 한 것이 민노총이나 전교조 같은 구체적 조직체이다. 이들에게는 목적이 있다. 민노총과 전교조의 거대 세력은 각 업종에서 불만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이슈로 하여 이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대선을 치렀지만 이들의 요구사항은 누구도 들어 주지 않았고 변동된 사항이 없다. 따라서 이들이 힘을 모아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대가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소통이 없던 대통령과 달리 연일 카메라에 이슈를 만들어 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 새롭다. 기존의 대통령의 치외법권같은 권위를 내려놓았고 특수 대접이 아닌 일반 공무원들과 함께 점심도 하고 테이크아웃 커피도 즐기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미소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리더는 현재에 만족할 수 없고 가지고 있는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 몇 년 앞의 구상이 바로 서 있어야 한다. 거리의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들을 분명 잘 알고 있고 북한이 세계의 압박에도 미사일을 쏘고 있는 목적도 알고 있다. 또한 중국의 속내도 알고 미국의 질척임도 간파했다. 이제 필요한 것이 한수가 아닌 여러 수 앞을 내다보며 이들을 활용해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이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이들과 연결고리가 많다. 그런 만큼 이들의 요구를 잘 알고 이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 문제는 있고 해결해야 하는 점도 있을 것이지만 이들의 요구가 전부는 아니다. 이들과 다른 의견도 있을 것이며 전체를 볼 때 효율성에 배반되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강단을 가지고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적폐와 비리 그리고 불소통에서 야기된 문제들을 그대로 떠안아서는 안 된다. 현 정권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다고 그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줄 것이라는 억지는 부리지 말아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시스템이 있고 조직을 운영하는 규율이 있다. 정부 역시 그렇다. 관련 분야의 업무는 해당 공무원 및 전문 위원들이 관장하고 필요한 변화는 충분한 심의와 타당성을 거친 후에 진행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민주주의다. 특수층을 위한 절대적인 수용은 상대적으로 다른 국민들의 권리를 해할 수가 있다. 따라서 진정 민주주의를 위해 모두가 성숙하는 계기로 작동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초반에 이러한 의지를 강력히 시사해야 임기 중 도심부의 시위대를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다. 나라의 수도인 서울이 항상 시위대로 혼란스러우면 내외부에 안정감을 잃어버린 것으로 비춰진다. 혼란은 사회 및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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