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28일(현지시간) 강경 이슬람 단체 '헤파자트-에-이슬람’의 정의의 여신상 철거 요구를 받아들여 정의의 여신상을 300야드(약 274m) 밖으로 치웠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강경 이슬람 교리주의자들의 정의의 여신상 철거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법원 앞에 세워진 정의의 여신상을 300야드(약 274m) 밖으로 치웠다.

강경 이슬람 단체 ‘헤파자트-에-이슬람(Hefazat-e-Isla)’이 ‘인간 형상을 한 여신상은 우상화를 금지한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며 철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정의의 여신상은 두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이들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지난 25일 여신상 철거를 결정했다. 그리고 대중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이날 자정께 철거를 감행했다.

그러나 좌파 학생단체들은 당국의 여신상 철거 결정이 종교적 강경보수주의자들에 대한 패배라고 규탄하며 다음 날부터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결국 방글라데시 정부는 정의의 여신상을 기존 대법원 건물 앞에서 300야드 떨어진 곳으로 옮겨서 설치하기로 타협했다. 문제는 동상을 새로 설치한 위치가 길가에서는 보기 힘든 장소에 있다는 점이었다.

헤파자트-에-이슬람의 샤 아흐마드 샤피는 성명을 통해 “동상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인 테미스를 표현한다”며 “여신상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이 상징이 방글라데시에서 영원히 제거돼야 한다”고 여전히 불만족을 표했다.

정의의 여신상을 만든 조각가 마리널 하크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사람들은 여신상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여신상 이전에도 만족하지 못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여전히 항의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는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인 세계 최대 무슬림 거주국가 중 하나다. 1972년 채택된 방글라데시 헌법은 방글라데시를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른 세속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만 농촌 지역 대부분은 여전히 이슬람 교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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