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숙 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두 손을 모으고 시 낭송을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명숙 시치유연구원 원장

사회복지학 전공한 이후 시 낭송 통해 소외된 노인과 교감
“詩 통해 외로움·고독감 치유… 詩 치유 방법 꾸준히 연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시 낭송을 통해 심리적 치료를 한다면, 다소 생소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 낭송을 통해 실제로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가 있다. 정명숙 시치유연구원 원장(54, 사회복지학 박사)은 시 낭송에 치유를 접목해 실행하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 소외된 노인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시 낭송을 통해 치유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정 원장은 지난 2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를 낭송함으로써 노인 스스로 심리적 치유를 할 수 있고, 내면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감을 표출할 수 있어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집단생활이 가능해지므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 원장이 노인문제에 관심을 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노인문제는 심각한 현안으로 꼽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2%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2009년에는 10.7%를 나타냈으며, ‘고령사회’로 불리는 14% 이상은 오는 2019년, ‘초고령 사회’는 오는 2026년에 진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노인의 수명이 연장되고 홀로 지내는 세월이 길어지면서 노인의 우울증, 고독사와 같은 문제는 날로 심각성을 더하는 실정이다.

정 원장이 이런 노인문제를 처음부터 의식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던 그는 자신의 시를 갖고 타인과 어떻게 공유하고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다. 그러던 차에 시 낭송 모임인 ‘보리수 시낭송회’에 가입해 꾸준히 활동하며 시 낭송 기법을 터득했다. 이후 정 원장은 약 22년간 시 낭송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빨리 다가설 수 있는 것은 시 낭송이라고 확신했다.

한발 나아가 우리나라 사람만 유일하게 있는 ‘화병(火病, 울화병)’에 관심을 뒀던 그는 시 낭송 강의를 통해 ‘마음의 병’으로 고생하는 노인과 교감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 낭송에 시 치유를 접목한다면, 의학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갈수록 심화하는 고령화 사회에 적응하고 외롭고 쓸쓸한 인생에 삶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름의 해답을 찾은 것.

정 원장은 “한국 사람은 화를 너무 안 내고 속으로만 삭혀서 화병이 생긴다. 시 낭송 치유는 자신이 생각하고 지내온 일생의 단면을 시인이 대신 표현해 주는 것”이라며 “시 낭송을 하면 사람들은 울기도 하고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며, 나중에는 그 시를 외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시를 통해 우울감이 치유되기도 하고 남을 미워하고 헐뜯는 마음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제가 노인정에 가서 시 낭송을 하면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의 발자취에 대해 굉장히 공감한다”면서 “누구나 시어(시에 쓰인 언어)를 품고 사는데, 밖으로 표출하지 못해 대리인(시 낭송가)이 대신 표출하도록 돕는다. 무조건 안에만 담으면 그것이 화병의 원인이 된다”고 진단했다.

▲ 시 낭송을 확산하기 위해 개최한 제1회 전국시낭송대회 모습. (제공: 정명숙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시 낭송에 치유를 접목한 정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전문지식으로도 체화했다. 바로 지난해 ‘시 낭송을 통한 노년기의 심리적 치유 상태분석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심리적 치유 방법도 다양하고 사례를 통해 여러 심리상담 치유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문학치료 가운데 시 치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Heninger(1994), Fox(1997), Hedberg(1997), Mazza(1999) 등이 대표적이다.

시 치료 용어는 1950년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Greifer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Greifer와 Leedy가 독서 치료학회로부터 독립해 1969년 시치료학회(APT)를 설립하면서 시 치료는 학술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후 1980년 국립시치료학회(NAPT)로 개칭되면서 시 치료는(Talbott-Green, 1988)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종합병원, 소년원과 교도소 등에서 실제로 시 치료가 시행되면서 활발하게 활용된다. 국내에선 원광대 의대부속 2병원(1986)에서 정신과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시 치료가 시도됐다.

정 원장은 “문학치료는 독서치료에서 시작됐고, 외국에서는 문학치료를 독서치료에 한정해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현재 문학적 치료에서 시 치료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시 낭송에 대한 심리치유 연구가 아직 미흡하고, 도입 단계 수준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따라서 정 원장은 시 낭송을 통해 의학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치유해 보자는 계획으로 전국시낭송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시 낭송 강의를 통한 시 치유 방법을 꾸준히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 낭송가를 많이 배출해 시 치유 쪽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정 원장은 시 낭송이란 한마디로 감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감응을 느끼려면 낭송시를 자신의 몸에 체화되게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시를 분석하고 시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가 몸속에 완전히 체화돼야 의사·감정 전달이 제대로 될 수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노인들도 시 낭송으로 수업을 하면 맑고 순수해지고 자신의 내적인 것이 바깥으로 표출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 낭송을 통한 치유에 대해 자칫 외로울 수 있는 노년에 확실한 삶의 동기 부여를 부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시 낭송은) 정서적으로 부족하고 결핍될 수 있는 노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힘들고 지친 메마른 감정을 감성적으로 탈바꿈하는 데 큰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어떠한 치료 방법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죠.”

▲ 정명숙 원장이 시 낭송을 하고 있다. (제공: 정명숙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정 원장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심리적 질환자 1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시 낭송을 통한 변화 사고, 변화 감정, 변화 행동, 시 낭송 참여 후 나에게 변화 등 6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고령화할수록 심리적인 치유 상태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원장은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전 너무 행복하다. 누구나 내면의 세계가 있다. 자신의 내면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결국 자신과 같은 친구가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이라며 “그 내면의 친구와 문학과 음악, 미술, 사회 등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문득문득 스치고 가는 좋은 시어가 떠오르며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되면서 시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어 “자신의 내면의 세계가 있다면, 혼자 있어도 전혀 외롭지 않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 독거노인이 많은데, 저는 혼자서라도 벽을 보고 말하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하면 외로움도 사라진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100세 인생’이라고 해서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건강도 동반돼야 삶의 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 낭송에 대한 애착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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