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원전1호기가 가동한 지 40년 만에 영구정지 된 가운데 19일 부산 기장읍 고리원전 일대에 신고리5,6호기 건설중지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탈핵 이전에 주민위한 실제적인 대책이 먼저”
“40년 그린벨트 풀려 건물 지어도 안 나가”

[천지일보 부산=김가현 기자] 대한민국 고리원전1호기가 가동한 지 40년 만에 역사속으로 남게 됐다.

“내가 74년도에 원전1호기 건설현장에서 일도 했는데 막상 정지가 된다니 시원섭섭하네. 원전을 지을라면 애초부터 섬에 짓거나 했었어야지. 일본은 원전 4㎞ 주변에는 민간인이 없어. 그 뒤 주변 민가는 나라서 지원금도 많이 줘서 아주 깨끗하고 살기 좋게 해놨단 말이지.”

19일 부산 기장읍 길천마을에서 선박 관련 일에 종사하는 이종신(78)씨는 74년 당시 원전1호기 건설현장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5살 때 히로시마에서 실제 원폭을 입은 원폭 피해자라고 밝히며 목과 허벅지에 난 알 수 없는 혹과 손톱이 몇 개 없긴 해도 많이 심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씨는 “한수원 직원들이야 여기 식당가서 밥 사먹고 하지만 외부 사람들은 여기 와서 물 한 모금 안 먹는데 먹고 살길이 없다”면서 “보상을 해 주려면 확실하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가 살기 좋다지만 고리 지역만큼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살기 좋은 곳이 없는데 이런 곳에 원전을 들여 놨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19일 고리원자력 진입로 도로가에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로 구성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 가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고리원전을 사이에 둔 울산 서생면과 기장읍 일대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원전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개최하며 후보 시절 내세운 탈핵 공약을 이행함에 있어 촉각을 세웠다.

신고리 5, 6호기를 놓고 찬반론이 팽팽한 가운데 고리원자력 진입로 도로가에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로 구성된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신규원전 건설중단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대안과 법적근거 없이 신고리 5, 6호기 중단을 요구하는 것을 원전주변 피해주민들은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며 신고리 5, 6호기를 계속 건설하라고 요구했다.

또 서생면 주민들은 청와대에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 반대에 대한 건의서를 내고 “원전축소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공감하지만 주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신중한 검토를 통해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과 처지를 헤아려 줄 것”을 호소했다.

집회에 참여한 장경옥(70, 여, 울산 울주군 서생면)씨는 “대통령은 헬기 타고 오고 우리 할매들은 다리를 절뚝절뚝 절면서 몇 시간을 서서 시위하고 이렇게 고생시켜서 될 일이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좋은 청정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했더라면 얼마든지 발전하고도 남았을 텐데 이제 와서 건설 중지하면 어떻게 살아야 되겠냐”고 한탄하며 아무리 후보시절 공약이라도 실제 안 되겠다 싶으면 철회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 고리원전1호기가 가동한 지 40년 만에 영구정지 되며 역사속으로 남게 됐다. 19일 부산 기장읍 고리원전 일대에 월내마을 주민들이 내 건 ‘신고리5,6호기 건설중지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같은 날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도 고리원자력 진입로 앞에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중단 반대’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한수원노동조합 윤원석 수석부위원장은 “전력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폭염, 혹한의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수급 계획을 재검토한 후 시행해도 늦지 않다”면서 “중국은 동해안에 향후 10년간 추가원전 28기를 계속 건설하고 있고 중동의 산유국 UAE도 석유자원 이후를 대비해 원전을 추가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탈(脫)원전을 선언한 독일 등 유럽 6개국도 원전의 필요성을 재인식해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리1호기는 1971년 11월에 착공되고 1978년 4월에 가동을 시작으로 2007년 6월 설계수명만료로 가동이 중단됐으나 2008년 1월 정부가 재가동을 승인해 연장 운영이 결정됐다. 고리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을 넘기고 노후화되면서 고장이 잇따르자 환경단체가 노후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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