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사무소에서 유엔난민기구 정우성 친선대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제공: 유엔난민기구 (UNHCR))

[천지일보=이솜 기자] “난민은 사실 ‘우리의 문제’입니다. 난민의 50%를 차지하는 아이들을 외면하거나 방치해두면 또 다른 문제로 변해서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4년째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해온 배우 정우성씨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유엔난민기구 한국사무소에서 직접 만난 난민의 실상을 알리고 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정씨는 2014년 네팔을 시작으로 2015년 남수단, 2016년 레바논, 이번 달에는 이라크 아르빌 캠프에 있는 난민 등을 만나며 난민구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정씨는 난민에 대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이라며 “멀리 있는 얘기가 아니며 예상하지 못한 일로 한순간에 난민이 돼 버린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난민을 왜 도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유는 필요 없다”며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고 법 조항에도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난민을 돕는 것은 동정이 아니라 책무다”라고 6.25 당시 갑자기 터진 전쟁으로 피난민이 됐던 한국인의 상황을 인용해 말했다.

그는 또 난민과 소통할 때는 항상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정씨는 “우리는 가끔 ‘선행’이라는 핑계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거침없이 다가가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행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진행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난민을 만날 때 내가 듣고 싶은 주제를 질문하기 보다는 조용히 말을 들어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난민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 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정씨는 “선천적으로 청각 장애를 가진 10살 여자아이 후다를 만났는데, IS 폭격으로 얼굴 한쪽에 화상을 입었다”며 “말도 안 통했는데, (후다 옆에 있는) 이 아이가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손짓을 하며) ‘슈웅~ 쾅!’… 폭탄이 터지는 그 단순한 설명이 어떤 말보다 가슴이 아팠다. 그 자리에서 개인적인 감정이 폭발하면 안 되니까, 그래서 그냥 후다를 안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을 돕고 있지만 친선대사 활동을 통해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난민 문제를 통해 오히려 우리 사회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며 “이 활동이 나를 더 성장 시켰다”고 말했다.

▲ 지난 24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사무소에서 유엔난민기구 정우성 친선대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제공: 유엔난민기구 (UNHCR))

앞서 1993년 난민협약을 가입하고 2012년 난민법을 제정한 한국 정부의 난민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나, 국민적 합의가 부족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부분으로 평가했다.

정씨는 “한국 정부는 난민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 것 같다”며 “난민 신분에 대해 까다로운 선별 및 심사 과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심사 과정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UNHCR 나비드 사이드 후세인 한국대표부 대표도 “난민정책에서 한국은 다른 많은 국가들보다는 정책이 향상됐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하나의 사무실, 하나의 기구, 하나의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만큼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씨는 난민캠프 직원들의 공통적인 꿈은 ‘캠프가 없어지고 난민들의 본국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목표는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는 “난민 지원단체가 결국 가장 원하는 것은 세계 평화다. 전쟁과 난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세계 평화의 시대를 원한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고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그들을 외면하거나 모른척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직 타인의 슬픔을 공감하기에 각박한 세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가야 할 인간으로서 덕목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 난민 문제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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