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오후 김왕식 한국천연염색박물관장이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위치한 한국천연염색박물관 집무실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연염색은 마음에 가득한 먼지를 씻어내는 과정”

“미래 문화브랜드 천연염색으로 부가가치 창출”

“10월에 세계 염색사들 모아 염색 한마당 개최”

[천지일보 나주=이진욱 기자] “천연염색은 현대인의 과다한 경쟁과 스트레스로 물든 우리네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고 진정한 자아(자연)를 만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나주시 전체를 쪽빛으로 물들이고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이사장 강인규)과 섬유 수출기업인 ㈜비전랜드(대표 김기완)가 한국천연염색박물관(관장 김왕식)에서 업무협약(MOU)을 하는 등 나주시의 신(新)브랜드 가치로 주목받는 천연염색 활성화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에 기자는 나주 천염염색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을 듣기 위해 지난 5일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상임이사이자 한국천염염색박물관 관장인 김왕식씨를 박물관에서 만났다. 김왕식 관장은 지난 2001년 ㈔전남천연염색협회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제1회 대한민국천연염색문화상품대전 심사위원, 지식경제부 2009지역연고사업육성산업 운영위원 등을 거치면서 나주는 물론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한국의 천연염색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김 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천연염색의 기원, 의미, 가치 등과 함께 “2018 전라(나주)도 정명 천년을 앞두고 올해 열리는 나주시의 10월 기념회를 계기로 앞으로 나주시 전체를 천연으로 염색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천연염색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근본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천연염색박물관이 다시면에 있는 이유는.

나주 영산강 주변에서는 예로부터 쪽을 많이 재배해 왔다. 쪽이란 식물이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데 특히 이 지방(나주시 다시면)이 쪽이 자라기 좋은 최적의 생육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염색박물관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규명할 순 없지만 인류가 생길 때부터 의(衣)생활은 식(食)생활보다 앞서 있었고, 나주 지역의 조상도 이러한 의(衣)생활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던 시절부터 염색문화도 함께했을 것으로 보인다. 천연염색의 기원은 ‘풀물’이 들었을 때부터라고 본다.

-천연염색의 의미가 무엇인가.

천연염색의 염료를 천연이나 화학이냐를 구분하기보다는 그건 매우 물리적인 개념이다. 천연염색을 큰 개념으로 봤을 때 자연에 포함된 인위적인 개념을 성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천연은 자연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색은 자연이 만들어낸 색이다. 거기까지는 자연이고(인위적인 것을 가미하지 않은 것), 염(染)은 인위적인 것이다. 여기에 색(色)은 자연이 가진 고유의 색을 의미한다. 천연염색은 자연에다 색을 인위적으로 물을 들이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위적이라고 하더라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어떤 염료가 있나.

우리 박물관이 단순히 쪽 염색만을 연구하지는 않는다. 흙, 나무, 벌레, 식물 등 모든 자연은 각각의 고유한 색(色)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염료는 단순히 ‘몇 가지다’고 말씀드린다는 것은 무리다.

-대표적으로 쪽은 어떤 색인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파란색이나 하늘색과는 다른 것 같다.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색은 순도 100% 표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천연은 100% 청색이 없다. 그러다 보니 화학염료는 질문한 그런 개념, 감각적인 개념이 서양의 문화와 닮았다고 설명하고 싶다. 화학 염료의 색은 발산하고 튀어나간다. 즉 다른 색과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색을 대비하거나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상대방을 누르고 이겨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연의 색은 조화를 이룬다. 꽃밭에 여러 가지 꽃이 피었을 때 각각의 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상대방을 돋보이게 한다. 서양의 색 대비와는 다른 개념이다. 저는 무채색인 회색을 좋아한다. 자신의 색뿐 아니라 모든 색을 포함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는 살아가는 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힘든 점은 무엇인가.

천연 염색은 몇 가지 특징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통계청에서도 코드가 없을 만큼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고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아 가격 면에서도 비싸다는 편견이 있다. 또한 천연염색은 엄청난 노동력을 수반해야 한다. 염료뿐만 아니라 섬유도 천연이어야 하는 특징도 있다. 우리나라에 화학 염료와 전설적인 다후다 같은 원단이 들어온 게 1900년경이라면 그 이전에는 전부 천연섬유(무명, 비단, 삼베, 모시 등)에다 쪽, 홍화, 괴화 등 천연염색으로 옷을 해 입었다. 우리 어머니들은 농사와 밥하기, 빨래 등 집안일에 베 짜기, 풀 먹이기, 염색 등 아주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손수 옷을 해 입어야 했다. 게다가 색빠짐 현상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천연염색은 ‘섬유와 색소’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염색 방법이 잘못되면 재구매할 소비자를 잃는다. 따라서 기술력을 가미하는 일, 천연염색 사업에 뛰어든 분을 돕는 일 또한 우리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연염색은 과거전통산업인가.

그렇지 않다. 천연염색은 미래산업이다. 시대는 변하게 마련이다. 많은 미래 사회학자는 21세기 미래의 사업의 키워드는 문화(Culture)가 될 것이며 환경적·생태적인 삶의 모태가 21세기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분명히 인간의 욕망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극대화된 오늘날, 우리들의 안의 것을 들여다보면 공허함이 많다. 사람이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듯 ‘천연의 색’을 찾아야 인류에게 희망이 보일 것이다. 천연염색은 미래가치인 ‘문화’의 일부로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미 미래산업으로서의 천연염색은 시작됐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문의도 오고 있다.

-그간 어떤 노력을 했나.

우리 박물관이 10년 됐는데 처음엔 그야말로 불모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천연염색은 상당한 이론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박물관에서는 천연염색의 전문성을 꾀하고 많은 지역에 알리고자 2007년부터 천연염색지도사 양성과정을 통해 1000여명이 넘는 염색지도사를 배출했다. 그들은 각 지역(국내 27곳, 해외 1곳)에서 이수한 후 교육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천연염색에 관련된 각종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보다 품격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시회와 체험 활동, 박람회 등 다양한 활동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앞으로 방향과 올해 비전에 대한 한마디.

사업의 큰 방향 중 하나는 이번에 협약한 ㈜비전과 같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국내 및 수출을 돕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공방형태의 소규모 사업자들을 돕는 길이다. 이를 위해 우선돼야 할 것은 전문인력 양성과 인력의 제공이라고 본다. 그동안 이를 위해 달려왔다. 특히 올해는 천연염색을 세상에 알리고자 박물관의 예산으로 기획하고 순수 주관하는 등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0월에 전라도 정명 천년 D-1주년 행사를 하는데 염색을 박물관 안에만 가지고 있지 않고 시민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그래서 나주시 전체를 천연염색으로 덮을 것이다. 나주 하면 ‘천연염색’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천연염색’하면 나주라고 만들어야 하겠다. 이를 위해 세계 염색사들을 모두 부를 계획이다. 나주를 브랜드화(가칭, 쪽빛의 길)해서 염색도시인 나주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염색작가를 유치해 교류하고 홍보할 계획이다. 30년 염색 인생을 여기에다 쏟아 부을 것이다. 성공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10월의 염색행사는 전국적인 개념을 떠나 아시아에서 주목하는 천연염색 관련 행사가 될 것이다. 나주는 물론 전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홍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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