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시민단체들과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지지자들이 13일(현지시간) 홍콩에 있는 중국 중앙정부 대표 사무실 밖에서 류샤오보를 추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시신 장례도 거치지 않고 화장… 바다에 뿌릴 것 요구
고인 추모 분위기가 민주화 요구 초래할 가능성 우려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 당국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류샤오보 사망 에 따른 파장 최소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류샤오보 사망을 계기로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받는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 시신을 신속하게 화장 처리한 대목에서 이 같은 기류가 잘 드러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선양시 당국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유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을 했다. 

민주화 운동 전력으로 당국의 감시를 받던 류샤오보는 구금 상태에서 간암으로 지난 13일 숨졌다. 

중국은 류샤오보에 대한 장례 절차조차 제대로 치르지 않고, 사망 이틀 만에 시신을 처리했다. 유족은 당초 시신을 바로 처리하지 않고 민간장례 풍속대로 7일간 보존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 당국은 화장을 서둘렀다.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화장 후 가루가 된 류샤오보 유해를 바다에 뿌리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화장 처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정신적 뿌리인 류샤오보의 무덤이 있을 경우 그의 추종자들이 계속 모여들어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류샤오보의 건강악화를 둘러싼 일각의 의혹을 은폐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추측이 나오는 배경은 류샤오보가 생전 당시 중국 정부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중국의 광범위한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선언 이후 국가전복선동죄로 11형을 선고받았다가 간암으로 가석된 뒤 구금 상태에서 투병해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 1989년 6월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같이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하던 인물이 사망할 경우 민중의 동요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류샤오보 유족과 외부와의 연락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류샤오보 사망 관련 소식을 포털사이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차단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 사망으로 느끼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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