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과 탄도미사일 문제의 실마리를 풀겠다고 자신감 있게 표출하고 미국을 방문했었다. 일종의 한국 주도론으로 보인다. 한국 주도로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의 동의를 얻은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언론 백브리핑까지 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는지 G20 독일 정상회담에 미국 방문 시 보여줬던 자신감이 사라지고, 걱정과 한숨이 가득한 대통령의 음성을 TV에서 들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구나를 재삼 인식하고 돌아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 주도의 한계성을 미·중 정상들과 연쇄회담을 하면서 절감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감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을 움직일 수 있게 할 도구(tool)가 현실적으로 한국이 주도하는 데 존재하지 않는구나를 확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대통령이 풀이 죽어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한탄에 가까운 목소리는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제재와 압박 대화가 한 패키지로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 작동한다면 북한 문제는 풀릴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방법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대안은 현재로서는 존재하기 어렵다. 누가 뭐라고 해도 북한은 체제보장이 된다고 확인될 때 대화에 나설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인도적 지원이나 인민 생활개선은 안중에 없다.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김정은 체제 보장이다. 김정은을 쳐다보기도 싫은 존재라고 일갈하고 무시하고 나가서는 절대 안 된다. 설령 애송이에 불과한 30대 중반의 한 인간에 불과할지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최우선으로 대화의 장으로 이끌고 나와야만 한다.

물론 북한은 그동안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핵무장을 하고, 탄도미사일을 다 만들고 나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난 이후에 대화를 통해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제재와 압박을 서서히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춘영 주인도 북한 대사의 발언과 조선신보의 보도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도 큰 맥락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안보외교특보의 발언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의 공포감은 북한에게 내부결속의 계기로 선전 선동되고 활용된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에게 절대적 최고의 위협요소로 각인돼 있어, 북한체제가 탄생되고 현재까지 북한이 중단시켜야만 하고 극복해야 할 대국가적 과제이다. 제재와 압박 대화 중 북한이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화의 조건 중에 하나인 한미 군사훈련의 일시적 중단을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취할 필요성이 있다. 군사적 압박으로 북한에게 내성만 더욱 키워줄 필요성이 없다. 또한 군사적 옵션으로 북한문제 해결은 안 된다고 한미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개전이 된다면 첫날에 6만여명의 인명피해가 난다는 시뮬레이션도 나오지 않았는가?

중국의 단동은행을 제재하고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한다고 해도 요지부동한 북한이다. 북한이 들여오는 100만톤의 원유 중 79만톤을 중국이 제공하고 있으니 중국을 압박해 이 생명선을 끊어 버리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원유중단이라는 카드는 중국에 있어 전략적 가치가 있는 북한을 죽이는 것인데, 중국이 절대로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유엔결의를 내세워 원유중단에 중국이 뛰어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앵무새와 같이 한반도의 비핵화(無核化)를 지지하고 관련당사국의 대화를 중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촉구한다.

중국은 북한핵개발 탄도미사일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쌍중단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이 어떻게 하든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것을, 그 내면의 진실성을 차치하고 표면적으로 지지한다. 미국도 한국 주도로 돌파구를 어떻게 파서라도 해결의 단초를 만들어도 좋다고 동의하지 않았는가? 무력감에 빠질 때가 아니고 각종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접촉하고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 역으로 신정부에 기회가 오히려 왔다고 본다. 한국만의 새로운 시각과 창발적 사고로 북한과 접전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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