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과연 김정은은 언제 즈음 제6차 핵실험의 보고서에 비준을 할까? 7.27 소위 전승기념일, 9월 9일 정권 창립 기념일, 아니면 10.10 노동당 창당 기념일이 될 수 있다. 6차 핵실험은 정확하게 핵탄두 실험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통해 이미 핵무기 실험을 종료했고 제4차는 수소폭탄 실험, 제5차는 핵탄두 실험을 마친 상태다. 6차 핵실험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느냐 마느냐 하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며 과연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 러시아 등이 비공식 핵무기 보유를 묵인하고 넘어가느냐 마느냐 하는 운명적 선택의 순간이 될 것이다.

이런 중대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실험 준비는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 핵개발을 위한 플루토늄을 추가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4일(현지시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 사이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 과학단지를 위성 촬영한 열사진 분석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38노스는 “지난해 9~10월, 올해 3~6월 두 차례에 걸쳐 위성 열사진을 분석해보니 핵시설의 온도가 주변보다 높았다. 이는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플루토늄의 생산량은 알 수 없지만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의 보유량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8노스는 또 영변 핵 단지의 우라늄농축시설에 대해서도 “열을 내는 활동의 증가가 눈에 띄었다”면서 “다만 이것이 원심분리기 가동의 결과인지, 시설의 보수나 관리 활동 때문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무기용 플루토늄을 50킬로그램 이상 보유하고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핵탄두 실험이 임박해오면서 우리의 반응도 예민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북한 지역의 지진마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북한 동해상에서 규모 5.7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여파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오전 강한 지진이 발생하자 ‘인공으로’ 발생한 지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 하지만 곧 이번 지진은 ‘자연지진’으로 판정됐다. 기상청은 13일 “이날 4시 48분에 북한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202㎞ 해역에서 5.7 규모, 깊이 538㎞의 지진이 발생했다”며 “하지만 지진 발생 위치가 두터운 태평양판에서 발생해 국내에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지진이 발생한 지점의 깊이가 538㎞나 되는데다 지진으로 인한 파형 역시 인공지진과 달라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이 아닌 ‘자연지진’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번 지진을 깊이 559㎞의 규모 5.9로 파악한 미국 지질조사소, 깊이 590㎞의 규모 6.5으로 파악한 일본기상청도 모두 자연지진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지진 판독이 나오면서 SNS 등에는 “다행이다” “하도 북한 핵 실험을 강조해 지진에도 놀랐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편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는 ‘식량 안보 평가 2017’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 약 1360만명이 유엔의 권장량을 섭취하지 못한다”면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54%가 끼니 해결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끼니 해결을 걱정하는 주민 비율이 북한 주민 열 명 중 네 명꼴이었던 지난해보다 더 심각해진 것이다. 카렌 톰 농무부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식량 안보 평가보고서가 미국 정부의 해외 식량 원조를 결정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면서 “전 세계의 굶주리는 76개국의 식량 상황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북한 주민 한 명이 평균 약 1700칼로리를 섭취하는데 이는 유엔 권장량인 2100칼로리보다 400칼로리 적다”면서 북한이 아시아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예멘 등과 더불어 식량 사정이 최악인 3개국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2017년 약 62만 3천t에서 2027년 43만 5천t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강행될 수밖에 없는 김정은 정권의 무리한 6차 핵실험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다. 이는 단순한 핵탄두 실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비공식 핵보유 국가 선언이기에 미국과 한국은 물론 중국 정부도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대사변으로 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정권 역시 절대로 물러설 수 없음은 마찬가지, 과연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 마주 달리는 이 두 열차의 충돌점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상상이 잘 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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