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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천년의 종이’ 전통 한지를 배우다
이진욱 기자  |  rytn3295@naver.com
2017.07.17 20: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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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전주한지박물관에서 충북 옥천여중 학생이 한지 뜨기 체험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복잡하고 힘든 제조과정… 한지 우수성으로 이어져
전주한지박물관 등 여름방학 한지 체험 인기 예감

[천지일보 전주=이진욱·김경순 기자] 보통 전주라고 하면 한복, 비빔밥, 한옥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강한 내구성과 보존성 등 세계 최고의 우수성을 가진 한지라고 시민은 입을 모은다. 전주한옥마을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 거리 중 단연 으뜸은 한지 체험이다.

실제 지난 5월에 치러진 ‘제21회 전주한지문화축제’가 80억원의 생산파급 효과를 촉발하며 성공적인 축제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주시는 ‘전주시 한지 산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해 전주 한지의 전통을 계승하고 한지 장인을 육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소 전주 한지와 제작과정이 궁금했던 본지 기자는 지난 14일 무더위를 핑계 삼아 다른 일정을 뒤로하고 손에 든 부채를 접고 전주의 자랑인 한지를 배워보고자 전주시 팔복동에 위치한 ‘전주한지박물관’을 찾았다.

국내 제지업계의 선두주자인 ‘전주페이퍼’에서 운영하는 전주한지박물관. 이 회사는 주로 인쇄용지를 생산하지만, 전주 한지를 국내와 전 세계에 알리고자 기업 이익의 환원 차원에서 20년 전부터 종이박물관(지금의 한지박물관)을 운영해 왔다.

이곳은 이미 전주시민뿐만 아니라 전주를 찾은 외국인에게 필수코스로도 알려질 정도로 국내외에서 유명한 곳이다. 특히 국내 초·중·고나 일반 회사 등 단체 방문객도 하루 평균 3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경비실 직원이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경비실 밖에 마련된 냉풍기도 시원한 바람을 내뿜었다. 외부인을 위한 전주시민의 세심한 배려가 인상 깊었다.

방문 등록을 마치고 들어간 전주한지박물관 1층엔 직접 한지를 만드는 공간인 한지재현관이 보였다. 2층엔 종이의 발명과 전래, 한지 역사와 제작과정을 볼 수 있는 한지 역사관, 다양한 한지의 모습을 현대작품과 기능성 제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한지 미래관, 기획전시실, 한지생활관 등이 있었다.

한지재현관에선 교과체험 과정으로 전주를 방문한 충북 옥천여자중학교 학생 40여명이 직접 한지 뜨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전주에 방문했다는 김성화(가명, 14)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가 체험학습으로 이곳 전주에 처음으로 오게 됐다”며 “책을 통해 공부를 하긴 했어도 어렵게 느껴졌는데, 직접 체험해 보니 제작과정이 쉽게 이해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체험이 끝나고 오전 11시가 되자, 전주한지박물관 양우식 지장(한지 장인)이 기자에게 한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전북 전주한지박물관에서 본지 기자가 한지 제작 과정 중 하나인 말리기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양우식 지장은 “한지는 예로부터 전주 한지가 품질이 우수해 임금에게 올라갈 정도로 유명했다”며 “박물관이 생긴 지는 20년 정도 됐는데, 전주시가 추진하는 ‘한(韓)’ 스타일(한지, 한복, 한옥 등)로 딱 맞아 떨어진다”고 했다.

제작과정이 복잡해 보인다고 하자, 그는 “한지는 100번 손을 거쳐야 만들어진다고 해서 백지라고도 한다”며 “전통방식은 정말 복잡하고 힘들다. 주로 겨울철에 한지를 만들었는데 지금도 이곳에 방문한 할머니들은 그때를 생각하시며 넌더리를 칠 정도”라고 말했다.

한지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닥나무를 삶아 일일이 껍질을 벗겨 티를 고르고 종이의 틀을 갖추는 뜨기 작업, 말리기 등의 오랜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 양우식 지장은 “만들기까지는 힘든 과정을 거치지만 다른 종이와 달리 잘 만든 한지는 천년을 가니 선조들도 보람이 있지 않았겠느냐”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구체적인 한지의 제작 과정은 거두기 및 닥무지, 닥삶기, 씻기 및 쐬우기, 티 고르기, 두드리기, 원료 넣기, 종이 뜨기, 물 빼기, 말리기, 다듬이질 및 물들이기 등 총 10단계를 거친다.

이 중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과정은 세척, 표백을 거친 백닥(흑피, 청피를 다 벗겨 하얗게 만든 것)에서 잡티를 일일이 골라내는 작업인 티 고르기다. 또 잿물(가성 소다)로 백피(닥나무 껍질)를 삶으면 불순물이 제거돼 순수한 식물 섬유를 얻을 수 있다며 섬유를 만져보라고 권했다.

그는 “예전엔 닥무지, 닭삶는 공동작업장도 있었다. 연세 드신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보셨을 것”이라며 “그래도 오늘날에는 제조 과정을 단축해서 편리해졌다”며 새로운 한지 제조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중 외발 뜨기와 쌍발 뜨기 장치를 가리키면서 “전통적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외발 뜨기로 종이를 두 번 뜨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이 한지 생산량을 늘리려고 ‘쌍발 뜨기’를 개발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오랜 시간과 정성, 과학적인 슬기가 융합된 것이 바로 한지라는 것이다.

이어 한지에 굳이 닥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지에는 반드시 닥풀을 써야 한다”며 “녹말이니 이런 풀은 한지를 고루 퍼지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엉겨 붙게 만든다”고 답했다.

닥풀에 관한 이야기를 끝으로 모든 체험을 마치자 오랫동안 이 일을 경험하고 가르쳐왔다는 그는 “한지야말로 세계 속에서 단연 으뜸”이라며 “동남아의 어느 국가에서는 비단보다 낫다고 평하기도 한다”며 전주 한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울러 “전주엔 한지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이곳 말고도 많이 있다”며 “다시 기회가 되면 한지산업지원센터, 한지공예품전시관(한옥마을 근처), 지담, 한지목판서체험관 등도 둘러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름 방학을 코앞에 두고 전국적으로 폭염이 연일 지속하고 있다. 야외엔 자외선 지수와 불쾌지수도 높다. 마땅히 갈 곳도 떠오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에어컨이나 선풍기 앞에만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이번 여름방학 체험학습으로 전통 한지도 만들고 부채도 만들어 잠시 더위를 잊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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