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천지일보(뉴스천지)DB

중고생 4명 중 1명 우울증
환경·진학·성적 다양한 원인
극단적 행동 이어질 수 있어
“삶의 즐거움·성취감 중요해”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1. 지난달 1일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이 2층 학교 난간에서 피를 흘린 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쓰러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A양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사고 당시에는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에서 일제히 대학 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고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모의고사가 치러지고 있는 학교에서 투신한 것이다.

#2. 지난해 7월에는 경기도 양주지역 고교생 B군이 방학식 날 성적표를 받은 후 동두천시의 한 복합 상가건물 7, 8층 사이 난간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A군은 성적이 우수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군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성적표를 나눠주고 여름방학식을 했다.

모의고사 등급컷 등으로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많은 가운데 특히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심각한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태로까지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고교생들이 자살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는 시기로 ‘고3 첫 모의고사 직후’라고 조사된 결과도 있다. 지난 2012년 교육기업인 진학사는 고교를 졸업한 회원 37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 가운데 1607명(42.8%)이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청소년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의욕저하·집중력 저하로 인한 성적 하락 ▲두통·복통 등의 원인이 불확실한 다양한 신체증상 ▲‘죽고 싶다’는 말을 하거나 자살에 대한 언급 ▲술·담배 등의 물질 남용과 가출 절도 등의 비행 행동 ▲갑작스러운 식사나 수면 패턴의 변화 등이 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효진(가명, 16, 여)양은 “그냥 이유 없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공부도 안하고 그래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부모님이 공부 안하냐고 잔소리 할 때 울고 싶고 우울하다. 때로는 성적표가 나오고 압박감이 들 때 스스로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 급속한 성장을 통해 어른과 다름없는 신체적 능력을 갖게 되지만 이와 반대로 이런 신체적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정신적이고 경험적인 능력은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보통 우울증은 성인들만의 문제로 생각되기 쉽지만 이른 조기 학습과 입시 위주의 풍토로 어린아이들도 우울증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청소년 우울증이 사춘기의 특징과 비슷하기 때문에 부모나 주변인들이 알아차리기가 어렵다고 조언했다. 이 시기에 의학적인 조기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크게는 인성·발달장애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한국학교보건학회지에 실린 안지연 경인여대 간호학과 교수팀은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2015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자료’를 토대로 전국 중고생 6만 8043명의 우울증과 자살사고율(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비율)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중고생의 4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울증 유병률과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비율이 고등학생보다 중학생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논문에서는 “우울증 자살사고 위험도가 높아 청소년 정신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정신 건강 측면에서 2차 성징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청소년기 발달과업(정체성, 인생목표, 또래관계 등) 성취가 중첩되는 시기에 특히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대표는 “제일 가까운 부모가 아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아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고 우울증, 병이라고 이야기 하며 아이를 무조건 병원에 데려가는 것은 진짜 병자로 만드는 길”이라면서 “누구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가족이 전부 상담 받고 역할극 등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컨트롤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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