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사에서 유명 정치인들일수록 부침(浮沈)이 심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전직과 현직, 두 대통령의 경우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민심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는 정치 터전에서 그렇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권력자가 누리는 권력 기한을 상정(想定)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절대권력자라 해도 분명 끝나는 시기가 있고, 정치 이선(二線)으로 물러서야 할 때가 있건만 그 영화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착오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와 다르게 성공적인 결과를 맞고 있는 정치인 대부분은 민심을 거슬리지 않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정치 마당에서 완전히 잊혀진 정치인이 아닌 이상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게 마련이다. 대표적 사례가 정당이거나 중앙정치에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이다. 이들에게는 과거의 잘못, 뼈아픈 실패가 오늘로 이어져 반성케 하고 때로는 미래를 비추는 등불 구실이 되게 만들면서 재기를 꿈꾼다. 권좌를 잃은 자유한국당에서는 다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할 테고 민주당에서는 오랫동안 민심을 얻어 집권의 장기화를 원할 것이다. 정치인도 예외는 아닐진대 민심이 돌아선 후 옛 인기를 회복해 재기하기란 어렵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이다.

한때 대선 후보감으로 지지도 1위에 올랐던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무대(武大: 무성대장)라는 별명을 얻은 그가 최근 정치뉴스를 타고 있다. 대선 이후 정치이선으로 물러서 있던 김 고문이 전·현직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치무대’ 재등판에 나선 것이다. 그는 문 대통령의 ‘신고리원전 5호기와 6호기공사 중단’ 지시와 관련 ‘독재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지적한 바, 이 비판은 바른정당 원전특별대책위원장 자격으로서 얼마든지 가능한 정치적 소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2일 “작년 총선 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상향식 공천제를 자빠트리는 바람에 새누리당은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점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말들이 많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로서 김 고문은 총선 패배 책임이 없었을까마는 그 비판은 정당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당권을 좌지우지하고, 청와대가 국회의원공천권을 쥐락펴락한 풍토에 대한 반면교사(反面敎師)라 풀이된다. 김 고문의 발언이 정당과 정치인들의 자성을 일깨워 정당민주화와 정치 정도(正道)를 앞당기는 충언이라 한다면 그의 정치 재등판은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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