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WeCeo(대표 권성현)’가 운영하는 ‘제647회 독서MBA’에 초청돼 강연을 가진 이재홍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이 강연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재홍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

잘못된 대처·규제로 도태
경제 성장할 기회 만들어야

지식의 공개·공유 중요
협력 통해 더 큰 가치 창출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인 ‘J노믹스’의 주요 정책 목표는 ▲일자리위원회를 통한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한 4차 산업혁명 대비 ▲중소·벤처기업 육성 ▲대기업 지주회사 요건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세제 개편을 통한 소득 재분배 등이다. 이 중 눈에 띄는 게 있으니 바로 요즘 대한민국의 화두가 된 ‘4차 산업혁명’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은 유행어처럼 회자되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빅데이터 등을 통한 새로운 융합과 혁신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할 경우 인간의 존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물음까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은 막연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무엇이 4차 산업혁명인가 하는 물음부터, 과연 ‘4차’라는 말을 붙이는 게 맞을까 하는 논의까지 분분한 의견과 질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나는 무엇을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있다. 이에 대해 이재홍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은 국내 기업·연구소·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될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산업 분야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가 저술한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의 기회’는 우리의 현실과 혁신전략, 비즈니스 교육과 정부 기관 운영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담아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다룬 책이다.

이재홍 정책관은 지난달 22일 ‘WeCeo(대표 권성현)’가 운영하는 ‘제647회 독서MBA’에 초청돼 강연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만난 이 정책관에게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기회는 무엇이고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조언을 구했다.

이 정책관은 “정보통신 첨단 국가였던 한국은 현재 4차 산업혁명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한국 경제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가로 꼽히는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수십년에 한 번 돌아오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타이밍이 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 이재홍 저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한민국의 기회’

그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한국 경제 도약의 기회이자 위협이기도 하다.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변화는 필시 전통산업과 신(新)산업 간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디지털·바이오·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의 대융합은 기술혁신과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끌어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진화하게 된다. 반면 소멸되는 일자리도 있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는 과거 영국의 자동차산업이 도태됐던 역사를 들어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1차 산업혁명의 발생지이자 증기자동차 엔진을 처음 만들었던 영국은 그러나 시대에 잘못 대처한 사람들이 만든 엉뚱한 ‘규제’ 때문에 자동차산업이 발달하지 못하고 독일·미국 등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피해를 보는 마차들이 생기자, 사람들은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게 된다. 자연히 자동차산업은 성장할 수 없었고, 프랑스·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는 자동차 대량생산체제가 갖춰지면서 급성장하게 됐다. 사양산업이던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가 결국 마차와 자동차산업 모두를 잃게 만들었던 것이다. 한국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잘못 대처하면 이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그는 “지식의 공개·공유, 협력을 통해 더 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인은 창의성이 돋보이는 인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정책관은 1차 산업혁명의 발원지였던 영국 맨체스터대학 비즈니스스쿨에서 공부해 과학기술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새너제이 주립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연구했다. LG화학, 현대자동차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25년 동안 산업자원부와 지식경제부에서 산업혁신과장, 산업기술개발과장, 기계항공산업과장, 원자력산업과장, 산업기술정책과장을 지내면서 화학, 바이오, 기계, 항공,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원자력산업, 산업기술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수립을 담당했다. 이후 국장으로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 국제협력관을 역임했다. 우정사업정보센터 센터장을 거쳐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에 임명됐다. 미래부와 정통부, 산업부의 6개 정책과장을 모두 역임하며 정부의 ICT 산업융합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실리콘밸리 장기연수를 통해 선진 국가들의 4차 산업 전략을 경험하고 한국형 미래전략산업으로 9가지를 꼽았다. ▲미래자동차 ▲드론 ▲인공지능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VR/AR ▲차세대 실리콘 반도체 ▲바이오헬스 ▲스마트팩토리 ▲우주산업이 그것이다.

아직은 막연하게 들리는 미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 것이고 이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는 “사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면 틀리게 된다. 현재를 통해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미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열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자신,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고민된다면 창의력과 상상력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처럼 획일적 지식과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이다.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협력’과 ‘공유’가 중요한 시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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