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14일 전국여성연대 등 여성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난 2015년 한일합의는 무효”라며 ‘즉각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5 한일합의’ 파기 촉구
집회·플래시몹·국민모금 진행
시내버스 5대 ‘소녀상’ 설치

[천지일보=박정렬·김빛이나 기자] “1991년 8월 14일입니다.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수면으로 떠올랐습니다.”

한미경 경기자주여성연대 대표는 14일 서울 종로구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여성단체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은 이날 서울 곳곳에선 집회와 플래시몹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은 지난 201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지정하면서 올해로 5차를 맞았다. 여성단체는 ‘위안부 합의 파기하라’ ‘한일군사보호협정 파기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나와 구호를 외치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했다.

이들은 “일본을 정말 나쁜 일본으로 기억하게 하는 역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 2015년 맺은 위안부 합의는 국민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일본은 자기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사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목적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그에 따른 보상이며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이라며 “수요시위에 참여하는 국민이 많다고 만족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일이 완벽히 해결돼 더 이상 수요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안부 기림일 행사는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도 열렸다. 고척중학교 RCY동감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성보중, 대방중, 구암중, 선린인터넷고, 여의도여고, 이화외고, 서울시청소년오케스트라 등 300여명의 청소년은 이날을 기념해 합창과 무용, 플래시몹(flash mob)을 진행했다.

▲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14일 오후 서울역에서 고척중과 서울시 청소년오케스트라 등 소속 청소년 300여명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관현악과 합창, 무용 등으로 구성된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플래시몹에는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위로·공감하는 마음,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바라는 마음,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보상을 하길 바라는 뜻이 담겼다.

행사 기획에 참여한 이성효(선린인터넷고 2학년)군은 “청소년의 외침이 깊은 울림이 돼 많은 사람이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를 세계인의 인권문제로 인식하도록 기획했다”며 “할머니의 명예회복에 힘을 보태고 역사왜곡을 바로잡는 것도 우리 후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는 ‘작은 소녀상’ 500점이 전시됐다. 작은 소녀상 전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 주최로 진행됐다.

남한 내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과 미등록 피해자, 북한의 예상 피해 인원을 더해 ‘500’이라는 수를 정하게 됐다. 500점 소녀상 앞에는 각각의 피해자 이름이 새겨졌다.

멀리서 ‘작은 소녀상’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와 궁금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는 아이,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 듯 한참 동안 작은 소녀상을 바라보는 어르신, 아이에게 소녀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성 등 작은 소녀상을 접한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기림일, 인권과 평화로 소녀를 기억하다’ 기념행사에서 500점의 작은 소녀상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의기억재단은 청계광장에서 ‘2015 한일합의 무효!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엔 반환!’이라는 주제로 100만 시민모금 선포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들은 “2015 한일합의로 인해 우리 사회가 안게 된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며 “100만 시민이 함께하는 국민모금을 통해 힘을 모으는 100일간 동행의 시작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지은희 정의기억재단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일합의 무효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대통령이 된 후에도 한일합의가 무효라는 말씀을 공식 석상에서 한 적 있다. 그런데도 실천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할머니들의 뜻에 맞게 정의롭고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우리 국민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한일합의를 무효로 하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며 10억엔을 일본 정부에 반환하는 100만 국민모금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시내버스 회사 동아운수는 이날 151번 시내버스 5대(2103, 3820, 3873, 3875, 4205)의 일반 좌석 중 한 자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 151번은 강북구 우이동과 동작구 흑석동을 오가는 버스로 종로구 안국동 근처의 주한 일본대사관을 지난다.

안국동 사거리를 지날 때 버스 안에는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귀향’의 배경음악인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버스는 다음 달 30일까지 운행된다.

▲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인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100만 시민모금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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