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독일 통일은 소련의 마지막 공산당 총비서 고르바초프를 비롯한 주변국 지도자들의 동의 속에 이루어졌다. 그 때 단 한 명의 주변국 지도자만이 독일통일에 반대했는데 다름 아닌 영국의 대처 수상이었다. 영국 수장의 변이 재미있다. “우리는 독일을 너무 사랑한다. 사랑하는 독일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면 더 좋은 것 아니냐.” 물론 유머일 것이다. 영국은 항상 전쟁의 온상이 내재하는 독일 민족의 통합이 별로 반갑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 한반도는 북-미 간의 군사적 대결이 뜨거워지면서 주변국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그 관심은 사실상 ‘불구경’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먼저 러시아의 반응을 살펴보자.

며칠 전,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위협이 실제로 이행되면 이 전쟁은 국제전으로 비화할 것이고 결국 지구 종말론적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러시아 외무부가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모든 당사국에 돌아올 수 없는 선(레드라인)을 넘지 말 것을 호소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사태와 관련 미국과 북한의 무력 사용에 관한 도발적 수사(修辭)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무력적 해결 시도는 대규모 비극과 모든 분쟁 당사국 주민들의 인적 희생, 인도주의적·경제적·환경적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가 자제심을 보이고 돌아올 수 없는 지점으로까지 상황을 몰고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전날 자국 라디오 방송 ‘베스티 FM’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공격적 성명 이행이 전 지구적 문제로 비화할 것이라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논쟁은 미국과 북한 간의 위험한 게임이며 이 ‘근육(무력)’ 게임은 핵무기와 핵기술을 두고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워싱턴으로부터 듣고 있는 수사(대북 군사공격 위협)가 이행되면 이는 종말론적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계속하여 자하로바는 중요한 것은 이 파괴적 행동이 역내(한반도 지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우리는 모든 위험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미국이 점차 수사를 약화시키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앞서 14일 라트비아 라디오 방송 ‘발트콤’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반도 사태 악화가 새로운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수만,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숨질 수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지난 11일 모스크바 인근 지역에서 열린 한 청년 포럼에서 ‘미국과 북한 간의 전면전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나’란 질문을 받고 “그런 위험이 아주 크다. 특히 무력행사에 관한 직접적 위협과 같은 수사(말싸움)들을 고려할 때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5일 발간된 자국 외교전문잡지 ‘국제 사건(International Affairs)’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판돈을 높이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나라(북한)에 비현실적 조건을 제시하고 있고, 다른 나라는 그러한 압박을 중단시키는 길이 무력적 요소로 대항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판돈을 높이는 위험한 게임이며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한반도 위기 사태와 관련 미국과 북한이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도발적 말싸움을 중단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제안한 ‘쌍중단’ 이행을 통해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일컫는다. 중국의 경우 며칠전 미국의 군령권자인 합참의장이 직접 북한의 안보와 직결되는 북부전구(전 선양군구)를 찾아 사령관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회담하면서 북한을 은근히 압박했다. 일부 소식통은 지난 9일 김정은이 괌 조준 사격을 선포한 이후 북부전구 특수부대들에 북한 인민군 군복이 지급됐다고 전하고 있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 군복을 입고 참전한 소련 공군 조종사들을 연상케 만들고 있다. 두 강대국의 ‘불구경’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고 강대국들의 ‘불구경’을 ‘꽃구경’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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