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수많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친환경 인증제도에 대한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농피아’라는 말까지 나오고 정부가 이리저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다시 먹어도 되는지’ 불안감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이번 파동을 통해 일반인들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친환경 인증 계란이 친환경적으로 자라는 닭이 낳은 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친환경 인증 계란을 낳는 대부분의 닭이 A4 한 장 크기의 닭장에서 밀집사육을 당하고 있었다. 원래 닭은 몸에 진드기가 생기면 모래나 흙에 몸을 비벼 진드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내지만 밀집사육을 당하는 닭은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어 진드기가 생겨도 털어낼 수 없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는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흔히 농담처럼 말한 ‘닭장 신세’가 얼마나 끔찍한 환경인지도 알게 됐고, 아울러 그간 사용된 친환경이라는 용어의 정의가 무엇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친환경’이라면 정말 자연 친화적 환경에서 사육되고 산란되는 계란이어야 한다는 게 일반인들의 상식이다. 이런 상식이 통하도록 ‘친환경 인증’의 정의와 관련 법규 및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파동 덕에 닭을 일정한 공간에서 풀어 키우는 동물복지농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동물복지농장 중 한 곳은 9만 마리 축사에 6만 마리를 키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준데다 분뇨를 바로 치우고 자연 순환 환기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 닭 한 마리당 0.05㎡로 제한된 공장형 양계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동물복지농장 관계자들은 자유롭게 놀면 닭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면역력도 올라가고 산란율도 올라가 결국 인간에게도 유익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전환점 삼아 전국의 양계농장 3200여개 가운데 3.6%인 동물복지농장을 확대하고 열악한 산란계 농장의 축사 환경도 개선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만약 이번 파동을 기점으로 동물복지농장이 대폭 확대된다면 국민 건강에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숫자 늘리기에만 몰두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다면, 유사한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드러난 밀집사육의 문제점을 방치하지 말고,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양계 농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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