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로 터키 남서부 휴양지 보드룸 해안에서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당시 3세)가 숨진 채 발견된 지 2주기를 맞았다. 시리아를 떠나 터키에 머물다 유럽으로 가기 위해 그리스 코스섬으로 가는 배가 에게해에서 좌초되면서 아일란과 어머니, 형이 모두 목숨을 잃고 아버지만 목숨을 건졌다. 당시 보드룸의 해안에 잠든 양 엎드린 아일란 쿠르디의 모습은 전 세계에 시리아 난민의 비극을 일깨웠다.

그러나 동정론은 잠시였고, 연이은 테러에 난민이 몰려든 그리스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난민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이후에도 수천명의 난민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2일 아일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는 터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년간의 비극을 언급했다. 전 세계가 테러에 질려 난민도 무슬림도 거부하고 정치인은 난민 문제를 외면하고, 온갖 나라가 시리아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난민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전쟁종식’이라며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유럽 등지에서 난민 문제에 냉담한 이유는 난민들로 인해 정작 세금을 내고 사는 현지인들이 고통을 당한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남을 탓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역시 난민 지위를 부여받기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다. 까다로운 심사에 난민 전담부서도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일본, 중국군으로 징집돼 이역만리 끌려 간 동포들도 3세대까지만 재외 동포 자격이 주어지는 까닭에 4세대는 한국에 정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 가까이는 바로 이 땅에도 남북을 가른 휴전선 너머에 있는 가족을 그리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이산가족과 참전용사들이 적지 않다. 전후 70년이 돼 가지만 여전히 이 땅은 전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전쟁 위협을 겪고 있다.

‘필요하면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사람들을 향해 전쟁을 직접 경험한 이들은 ‘전쟁을 아느냐’고 반문한다. 꽃다운 나이에 영문도 모르고 전쟁터에 끌려가 죽고, 굶어 죽고, 얼어 죽고, 피란 중 수많은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참혹한 전쟁은 이 지구촌에서 없어져야 마땅하다. 이 땅에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한 제2, 제3의 쿠르디가 우리 자녀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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