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천지일보 본사에서 만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모금에 나선 대학생 6명은 모금을 위해 직접 만든 ‘복수초 팔찌’를 팔에 차고 소개했다. (왼쪽부터) 이하림, 최정인, 홍채영(팀장), 김준영, 이상혁, 김은민씨. (사진: 강은영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꿈은 달라도 ‘가정폭력’ 막기 위해 뭉쳐
크라우드펀딩 통해 ‘복수초’ 팔찌 판매
슬픔 잊고 ‘영원한 행복’ 기원하는 의미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슬픈 추억, 영원한 행복’. 복과 장수의 이름을 가진 ‘복수초(福壽草)’의 꽃말이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 ‘슬픔은 잊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찾은 꽃이다.

홍보마케팅, 컨설팅, 경영인 등 다양한 꿈을 가진 대학생 여섯 명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일에 마음을 모았다. 복수초 꽃을 가지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팔찌를 만들어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 여섯 명을 만나봤다.

◆“지호와 같은 아동학대 없기를 바래”

지난 2일 본지 회의실에서 만난 이들 대학생 여섯 명은 복수초 팔찌를 가지고 신문사를 방문했다. 약속시간 전에도, 인터뷰 중에도 팔찌 만들기는 끊이지 않았다.

‘텀블벅’이라는 국내 한 크라우드펀딩(대중 모금) 사이트에서 시작한 모금을 위한 복수초 팔찌 판매는 이날까지 주문이 470여명, 600여개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 시간까지 여섯 명은 팔찌 만들기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모금 프로젝트의 팀장인 홍채영(국민대 언론정보학부 4학년)씨를 비롯해 최정인(한국외대 경영학과 3학년), 이하림(서울여대 디지털영상학과 2학년), 김준영(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 이상혁(협성대 경영학과 4학년), 김은민(중앙대 경영학부 2학년)씨는 처음에는 상품기획 프로젝트 모임을 갖다가 좀 더 뜻깊은 일을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했다.

홍채영씨는 “상품기획 프로젝트로 여섯이 모여서 어떤 물건을 팔 것인지 논의하다가 좋은 일을 위한 팬던트(팔찌 등 장식물)를 만들어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9월 28일 지호(가명, 5세)는 온 팔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오른팔이 부러져서 병원으로 실려 왔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아이는 자다가도 “엄마 살려줘”라며 울었다. 병원에서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이는 집으로 돌려보내졌고 한 달 만인 10월 지호는 다시 병원으로 실려 왔다. 이번에는 팔다리가 모두 부러지고 오른쪽 눈 아래 뼈가 골절됐고 간 손상까지 심했다. 스스로를 방어하기도 어려운 다섯 살 아이에게 벌어진 일이었다.

여섯 명의 대학생들은 지호와 같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며 모금 프로젝트에 나섰고,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에도 방문해 관련 교육도 받고 기부 약속까지 했다.

▲ 대학생 6명이 모금을 위해 만든 ‘복수초 팔찌’를 팔에 차고 들어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응원 댓글과 모금 동참 몰려

대학생 여섯 명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밀려들어오는 주문과 응원 댓글들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홍씨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아동학대에 대해서 몰랐는데 알게 됐다’는 댓글을 봤다”며 “커뮤니티에는 현재 댓글이 19개 정도가 달릴 정도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에도 열심히 팔찌를 만들어 보이던 김은민씨는 “저희도 처음에는 ‘아동학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며 “저희처럼 처음엔 관심 없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시작한 취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몇몇 댓글을 살펴보면, ‘미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는 “저와 제 배우자는 가정폭력의 생존자인데, 지금 우리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됐다”면서 “어떻게든 좋은 부모가 되려고 몸부림치며 노력 중인데 아이에게 화가 날 때 이 팔찌를 보며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댓글(아이디 442****)엔 “팔찌에 담겨 있는 의미가 좋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두 아이를 둔 아빠로서 무심코 한 행동이 학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복수초 팔찌를 차고 나들이 가야겠다”며 응원의 글을 남겼다.

부모님이나 친인척, 친구들도 격려해주고 기부에 동참했다. 홍씨는 “부모님이나 교수님들이 좋아하셨고 주변 지인들도 많이 동참해줘서 힘이 됐다”면서 “특히 외할머니가 아프신데 손녀가 좋은 일 한다고 하니 기뻐하셨다”고 말했다. 최정인씨는 “부모님이나 친척도 후원해주고 친구들이 대학생 소셜네트워크 등에 올려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하림씨는 “지인들의 후원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자신들도 후원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상혁씨도 “동일한 펀딩사이트에서 후원에 도전했던 친구들이 부러워했고 어떻게 잘 될 수 있었는지 묻기도 했다”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동참해주고 응원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준영씨는 “(아동학대에 대해) 평소에는 관심이 없었을 텐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릴 수가 있었고 주변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은민씨는 “아버지가 교회 목사님이라서 복지센터를 운영하시는데 센터에도 알려서 홍보도 해주셨다”고 했다.

▲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을 막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에 나선 대학생 6인방이 복수초 팔찌를 만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공·꿈 달라도 함께 ‘이웃사랑’ 배워

여섯 명은 자신들의 꿈을 향해서 항해하는 중에 이번 후원 프로젝트가 키를 돌려보는 계기가 됐다. 각자의 전공과 하고 싶은 일은 다르지만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은 갖출 수 있었다.

경영학 전공의 김은민씨는 “대기업들이 윤리경영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는데 윤리경영이 안 잡힌 기업은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영지도사 자격증도 따고 경영컨설턴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영씨는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가가 되고 싶다. 요즘 살충제 계란 파동 문제도 있었는데, 친환경 산지직송의 농업물류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혁씨는 “금융권 취업을 준비했었는데 금융교육이나 연수를 했을 때 업계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이번 모금 프로젝트를 통해서 봉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하림씨는 “아직은 무엇이 되고 싶다 이런 것은 없다. 다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처럼 전통을 보존하고 특색이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인씨는 “돈이 없어서 밥을 굶거나 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을 위해 유니세프 등에 후원을 했었다”며 “이런 일을 할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홍보·마케팅의 꿈을 가진 홍채영씨는 “홍보대사 등 여러 가지 홍보 관련 대외활동을 많이 했고 서울시청에서 인턴십을 하며 시장상도 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번 모금의 팀장인 홍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에 대해서 알게 됐고 충격을 받았다”며 “나 자신도 상처가 있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크라우드펀딩사이트 텀블벅에 게재된 복수초 팔찌 판매를 통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후원 요청글. 복수초 팔찌. (제공: 홍채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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