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기념물 제1호인 박팽년유허지. (제공: 대전시)  ⓒ천지일보(뉴스천지)

‘목숨 살려 주겠다는 회유에 웃음 지을 뿐’
세조를 ‘상감’이라 안하고 ‘나으리’라 불러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절개와 충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박팽년, 600년의 숨결을 되살린다.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박팽년이 옥중에서 지은 그 유명한 시조다.

대전시가 올 가을, 고장의 인물로 조선전기 대표적 명현(名賢)이자 절의(節義) 정신의 상징적인 인물인 취금헌 박팽년(醉琴軒 朴彭年, 1417~1456)의 탄신 6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시대와 이념을 떠나 그의 절의정신은 고귀한 가치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를 되새기고 드높이기 위해 오는 22일 학술대회, 29일 특별기획전과 탄신제 등을 마련했다.

집현전 학자로서 훈민정음 창제 등 여러 업적을 남겼던 회덕인(懷德人) 박팽년은 집현전 학자 중에서도 경술과 문장․필법이 모두 뛰어나 ‘집대성(集大成)’이란 칭호를 받기도 했다. 또 잘 알려진 것처럼 세조의 왕위 찬탈 후 단종 복위 운동을 도모하다가 사육신으로 생을 마감했던 인물이다.

▲ 대전시 기념물 제1호인 박팽년 유허비. (제공: 대전시) ⓒ천지일보(뉴스천지)

박팽년은 세종의 총애를 받아 집현전 학사가 되었으며 한글 창제에도 크게 기여했다. 1453년(단종 1) 우승지를 거쳐 이듬해에 형조참판이 되었다.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자 울분을 참지 못해 경회루 연못에 빠져 죽으려 했으나 성삼문의 만류로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 뒤 충청도관찰사로 나갔다가 다시 형조참판이 되어 돌아온 뒤 세조가 명나라 사신을 위해 마련한 연회 장소인 창덕궁에서 거사하기로 했으나 김질의 밀고로 발각되어 성삼문 등과 함께 혹독한 국문을 받게 되었다.

세조가 그의 재주를 아껴 모의 사실을 숨기고 자신에게 귀부하면 목숨을 살려 주겠다고 회유하였으나 박팽년은 웃음을 지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으며 세조를 가리켜 ‘상감’이라 하지 않고 ‘나으리’라고 불렀다.

세조가 노하여 "네가 이미 신(臣)이라 칭했으며 나의 녹을 먹었으니 지금 와서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냐"라고 묻자 "나는 선왕(단종)의 신하로 충청감사가 되었으며 장계에도 신이라 한 적이 없고 녹도 먹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세조가 실제로 장계를 살펴보니 신(臣)자가 아니라 모두 거(巨)자로 쓰여 있었으며 받은 녹도 모두 창고에 봉하여 두었음을 알게 되었다.

세조가 형을 가하기 전 김질을 시켜 술을 가지고 옥중에 가서 옛날 태종이 정몽주에게 불렀던 시조를 읊어 박팽년을 시험하게 했으나 박팽년은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라는 그의 굳은 절개를 나타내는 시조를 지어 응답하였다. 이후 심한 고문으로 옥중에서 사망했다.

▲ 대전시 기념물 제1호인 박팽년 유허비. (제공: 대전시) ⓒ천지일보(뉴스천지)

‘박팽년 절의정신의 동아시아적 가치’를 주제로 22일에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한․중․일․베트남 등의 학자들이 모여 박팽년의 절의정신에 대해 논한다.

또 청소년들과 일반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UCC 공모전, 집현전 학자 체험전 등이 함께 진행된다.

대전시립박물관에서 29일 개막되는 특별기획전은 ‘박팽년, 꿈속의 도원(桃源)을 거닐다’를 주제로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박팽년의 생애와 사육신을 바라보는 역사적 시선의 변화를 함께 느껴볼 수 있게 된다.

같은 날 대전광역시 기념물 제1호인 박팽년유허에서 간략히 거행될 예정인 탄신제에서는 무형문화재의 축하공연과 함께 탄신 600주년을 기념하는 비의 제막이 있을 예정이다.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재종무과 최진석 과장은 “계절적으로 흥겹고 신나는 것들이 주변에 넘쳐나는 때이지만 박팽년 탄신 600주년을 맞아 차분한 마음으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가 되새겨볼 가치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에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참조: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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