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근 중국 동화대 교수 인터뷰

“이번 핵실험 최대 승자는 북한
한·미·일 vs 중·러·북 대립 고착
中, 국제사회가 원하는 제재 못해”

▲ 우수근 교수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이후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원유 공급 봉쇄 등의 초강력 대북제재를 주장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시기상조’라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 긴장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대북 제재·압박 기조로 선회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우수근 중국 동화대 교수는 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대 패자는 안보불안 등에 휩싸인 대한민국”이라며 “무조건 한미일 동맹이 아닌 경우에 따라선 중국, 러시아와도 가깝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북한은 언제든지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북한을 절대 때릴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 외교안보 라인은 미국 의존도가 높다면서 “균형 잡힌 외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동북아의 국제적 역학구도는 바뀐 것이 없다.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한 승자팀과 패자팀이 계속 고착화할 뿐이다. 북한이 최근 수년 동안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하면 매번 ‘한미일 제재 강화’라고 외쳤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바뀐 것이 뭐가 있나. 한국·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북한 대립 국면만 반복되고 있다.

이번 핵실험의 최대 승자는 북한이다. 도발을 하면서 자신들의 기술력을 높이고 몸값을 올리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빼놓고선 효과적인 대북제재를 할 수가 없다. 북한이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 승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북한이 짜증난다’고 말하지만, 북한이 도발함으로써 동북아 내 미국 위상이 올라가고 군수물자를 손쉽게 팔 수 있다. 자신들의 견제세력인 중국에 대한 견제망도 강화할 수 있다. 세 번째 승자는 일본이다. 북한 덕에 군비 강화를 착착 진행할 수가 있는 셈이다.

반면 최대 패자는 안보불안 등에 휩싸인 한국이다. 두 번째 패자는 중국이다. 자신들의 견제세력인 (동북아에서) 미국의 입지가 강화되고 군수물자가 자신들을 겨냥하며 북한과 직접적으로 얼굴을 붉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패자인 러시아는 동북아 역내 신(新)동방정책이라고 해서 극동아시아를 개발해야 하는데, 북한 도발로 투자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우리나라만 최대 패자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구도를 냉철하게 분석해 바꿔야 한다. 그런데 미국과 북한이 ‘말폭탄’을 하면서 싸운다고 하지만, 두 나라가 승자인데 이 구도를 바꾸려고 하겠는가. 결국 최대 패자인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해 이 같은 구도를 바꿔나가야 한다. 한·미·일 공조를 강화한다고 해봤자,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최고의 패자팀 신세를 면치 못한다.

▲ 3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북한이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일에 핵실험을 했는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 아닌가.

김정일 때부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훨씬 미치지 못했다. 지금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가. 중국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북한을 상대로 명줄을 끊는다면, 북한이 가만히 있겠는가. 북한은 자신의 핵탄두는 언제든지 중국을 향할 수 있다고 공언한다. 중국은 또 북한의 직접적인 사정권 안에 있다.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빌미로 중국의 목을 겨누는 한미일 동맹구도를 강화하는 구도가 지속된다면, 중국은 북한의 명줄을 끊을 수가 없다. 국제사회가 원유금지 등의 조치를 하면 북한이 ‘너 죽고 나 죽자’고 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도 폐허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원하는 대로 (대북제재를) 할 수 없다.

결국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북한이 중국에 대해 조이고 완화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다. 우리가 국가 안보와 국익이라는 차원에서 무조건 한미일 동맹이 아닌,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 러시아와 가깝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미·일이나 중·러와 협조하는 식으로 자주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중국에 대해 무조건 미국 편이 아니라고 하면서,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한·미·일 삼각동맹도 북한 때문이라는 점을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중국이 영향력이 가장 많으니깐 한중협력체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대북안보협력체를 만들어 안보를 지켜야 한다. 지금 외교안보 라인은 미국 의존도가 높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균형 잡힌 외교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20세기 약소국 외교, 대미 위주 외교, 눈치 보기 외교에서 탈피해야만 한다.

-대북제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중국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북한을 후려치고 제재 조치를 강하게 하고 싶지만, 북한의 후폭풍이 직접적으로 두렵고, 미국에 좋은 일을 할 수가 없다. 중국은 북한이 있어서 미국에 대한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지금 상태에서 완충지대가 되는 북한과 싸운다면 적전 분열이 된다. 그러니 중국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다.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꼴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 등에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간문제라고 본다. 북한이 6번 정도 핵실험을 했는데, 이 정도면 핵실험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북한에 대한 미국과 중국 등의 입장이 상반되기 때문에 북한을 때릴 수가 없다. 북한은 준비만 되면 김정은 마음대로 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절대 효과적으로 때릴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원유중단 등의 대북제재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것은 순진한 기대다. 지금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이 (대북제재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해선 안 된다. 중국이 그렇게 하면 북한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게 된다. 사드로 자신을 괴롭히는 한국을 위해 위험을 무릎 쓰는 것을 할 수 있겠는가. 진짜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드 추가 배치가 완료됐는데, 향후 한중관계는 어떻게 되겠는가.

중국의 입장에선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기 쉽지 않다는 걸 작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도 독일에 가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했다. 너희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고 우리 입장도 있으니깐, 절충점을 찾도록 대화를 하자는 의미였다. 중국은 우리 정부가 (중국을) 설득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하는데, 한국이 그렇게 하지 않으니깐 속상한 상태다. 미국과만 대화하지 말고 중국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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