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북한의 수소탄 실험 성공으로 세계가 들썩인다. 우리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러시아 유럽 중동 동남아의 주요나라들까지 북의 도발을 규탄하고 나섰다. 유엔은 초강력 제재안을 마련 중이다. 이렇게 전 세계가 나서 북의 도발을 비난하고 아우성을 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만약 북의 목적이 이렇게 세계를 들쑤셔놓는 것에 있었다면 그들은 분명히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저들에게도 가혹한 계절은 찾아오고야 말았다. 여기까지는 저들이 세계의 반응을 즐기며 키득거리고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저들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황야나 어두운 골짜기를 헤매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사히 헤쳐 나가면 핵 강국이지만 여차하면 지옥문에 들어서야 한다. 

저들이 수소탄을 실험했다는 사실은 저들의 공식 발표에 의해서보다 리히터 지진계(Richter scale)의 심한 떨림으로 먼저 알았다. 그것이 그리는 인공지진의 그래프는 세계가 놀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엄청난 폭발력이었다. 더구나 이 핵 실험이 불량국가로 낙인찍힌 그들로 하여금 핵 무력 완성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하는 것이라면 세계는 핵 재앙(災殃)에 의한 ‘운명의 날(dooms day)’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절박감이 세계를 휘감았다. 그렇다면 북의 비핵화 기대는 만사휴의(萬事休矣)인가. 그런 걱정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찬스가 남아있는 것이라면 여기서 저들을 놓치면 아주 놓치는 것이 될 게 뻔하다. 찬스가 남아있든 아니든 여하튼 여기서 핵을 포기하도록 숨통이 끊어져라 조이며 몰아붙여야 한다. 이번이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봐지기에 우리와 미국 일본은 더 말할 것 없거니와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저들을 규탄하며 비상하게 비핵화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앞으로의 저들의 행보에도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많은 어려운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절대로 키득거리며 갈 수는 없다. 아니 반드시 여기서 저들을 주저 앉혀야 한다.     

그런데 이럴 때 국론이 분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럴 때 두고 쓰는 상투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위기 시에 소아(小我)를 버리고 국가 운영의 ‘구심점(求心點)’을 중심으로 강하게 뭉쳐야 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며 생존의 정답이다. 더구나 지금은 북의 핵 병기화(兵器化)를 저지할 마지막 순간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의 국론이 그런 요구에 못 미치고 부합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마치 병자호란(丙子胡亂) 때 조정 대신들이 주화파(主和派) 주전파(主戰派)로 갈려 힘을 헛되이 소모했듯이 극단적인 분파적 주장들이 엇갈려 국민과 ‘동맹(alliance)’을 헷갈리게 하고 있지 않은가. 예컨대 유화책이나 대화론만 해도 그렇다. 한 방이면 서울을 날려버릴 수소탄을 손에 쥔 험악한 적의 면전에서 여전히 ‘대화’만을 천명하고 고집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역이용당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동맹과도 갈등을 빚을 소지가 크다. 그런가 하면 강경책도 마찬가지다. 그것도 써야 할 때 써야지 죽자 사자 그것만 밀고 나가는 것은 미련하다. 

그렇다면 어느 때 어느 카드를 뽑아 써야 하는가. 그것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아니다. 원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전략 전술에 바탕을 둔 입체적 사고이며 사고의 유연성과 신축성이다. 요술은 아니지만 어느 카드를 뽑아들지 말지 또는 감출지, 상황과 타이밍에 따라 맞추어 가며 융통성 있게 운용하면 될 일이다. 우리에게는 이 같은 실용적이며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사고가 절실하다. 경직된 고집은 안 된다. 함부로 대세를 벗어나 ‘마이 웨이(my way)’를 외치는 것도 곤란을 자초할 수 있다. 솔직히 우리에게는 정세의 흐름을 좌우할 실력이 모자라며 우리 독자적으로 북을 떡 주무르듯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동맹이나 대세와 함께 하는 것이 요구될 때는 찰떡처럼 같이 붙어 가는 것이 현명하다. 확실히 지금의 분위기는 그리 해야 할 분위기로 보인다. 일부에서 고집스런 대화론으로 어깃장을 놓긴 하지만 북을 강하게 압박하는 강경한 분위기에서 섣불리 빠져 나오려 할 상황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우리 대통령과 정부 입장도 그런 방향으로 정리된 것이 분명하며 그렇다면 효과를 거두도록 그런 정책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꼭 전쟁으로 연결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은 더욱 아니다.  

어떻든 저들에게도 목하(目下) 가혹한 계절이 왔음을 절감하게 하는 것은 미국 조야의 발언과 움직임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option)들에 대해 자세히 보고 받기를 원한다는 말이 전해진 점이다. 이는 그가 북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심각히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의 말이 워낙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김정은이 멀쩡한 정신이라면 심장이 떨려야 옳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발언은 더욱 무섭다. 미국은 군사력으로 북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지만 그들의 ‘멸절(滅絶, annihilation)’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영리한 김정은이 더 잘 알 것이거니와 미국은 이미 군사조치의 모의 게임을 해봤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 결과 압도적이고 거대한 군사력으로 그들을 절망적 패배로 몰아넣을 방법을 찾았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김정은이 지금처럼 미국을 상대로 계속 협박을 이어가거나 핵미사일 발사를 감행한다면 그의 끝장도 멀지 않다는 것을 짐작하기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때는 이미 때가 늦어 우리가 내민 손을 차버린 그가 우리를 통해 미국에 또는 우리에게 대화를 구결해도 그를 살릴 기회는 이미 사라진 뒤가 될지도 모른다.

더욱이 그가 우리 대통령을 화나게 하고 배신감을 갖게 한 것은 가혹한 세월을 자초한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정말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북의 도발이 있자마자 직접 트럼프와 통화해 우리 미사일의 탄두중량 제한을 없앴으며 무력시위와 함께 압도적인 군사력 구축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사드(THAAD) 배치도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역대 정부들이 립 서비스(lip service)로 그치던 일들을 그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의 안보결속도 다독이고 강화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변수이긴 하지만 그들도 김정은의 편을 공공연히 들어줄 수는 없다. 이들이 확실한 우리 편은 아닐지 몰라도 김정은의 확실한 편도 아니다. 그렇다면 사방팔방 다 돌아다봐도 김정은은 사면초가에 고립돼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 그를 반드시 주저 앉혀야 한다. 아직도 저들은 미국에 저네들 식으로 대답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는 있지만 그들에게 꽃피는 시절은 지나갔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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