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낙타는 사막의 이동수단, 짐을 실을 수 있는 동물, 느린 동물, 그리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잘 먹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낙타는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잘 달리지 않는다. 왜 그런가. 척박한 환경에서의 생존을 위해 능력을 감출 줄 알기 때문이다. 사막의 강한 햇빛, 뜨거운 모래, 그리고 바람을 벗 삼아 살아가는 낙타는 참 지혜로운 동물이다.

낙타가 막막한 사막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둥지를 튼 것은 약 180만년 전의 일이다. 사막의 날씨는 늘 무더위와 매서운 추위가 반복된다. 특히 사막에 내리쬐는 햇빛은 얼마나 강한가. 물이 있더라도 금방 증발해 버리기 일쑤다. 모든 생물은 물이 부족하거나 없는 환경에서는 생존하기가 힘들다. 낙타는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생존에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무엇이 있기 때문인가. 낙타를 살펴보면 위와 등에 혹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여기에 물을 저장한다. 또 등의 혹에는 지방이 저장돼 있으므로 물이 부족할 경우 지방을 분해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낙타는 저수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막에서도 며칠 간 견딜 수가 있다. 거북이처럼 걷는 속도가 느리지만, 사막을 횡단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달리지 않기에 헐떡거리지도 않는다. 황량한 사막에 사는 낙타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그것은 오랜 인고의 시간에 걸쳐 극한 환경에서 터득한 생존의 지혜와 느림의 철학이다.

낙타의 특징을 보면, 물 없이 3일 동안 약 300㎞를 걸을 수 있다. 이렇듯 강인한 체력 또한 지니고 있어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낙타가 빨리 달릴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속력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물론, 탈진상태에라도 이르게 되면 목적지에 도착조차 힘들 수 있다.

그는 수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안다. 사막을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수맥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 그곳에서 움직이지를 않는다. 이를 눈치 챈 인간이 그곳을 파서 물을 구한다. 이뿐만 아니다. 언제쯤 모래바람이 부는지도 예측한다. 그는 모래바람이 불어오려고 할 때, 모래 속에 주둥이를 감추는 습성이 있다.

낙타가 더위를 피하는 방법을 보자. 낙타의 신체적 조건을 보면 41도까지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그는 사막에서 작열하는 태양을 피하지 않고 바라본다. 왜 그런가. 태양을 직접 바라봄으로써 몸에 그늘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늘 때문에 낙타는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면에서 낙타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 덜 중요한 것은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만을 탓하는 것은 답답하고 어리석은 행위이다. 포기란 때로 삶의 고통을 가져다주거나 나쁜 것이 아닌, 성공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기제이다. 낙타가 제시하는 포기의 지혜는 분명 좋은 포기이다. 대의를 위해 소의를 포기하는 지혜라 할 수 있다.

낙타가 도전하는 방법을 보면 술수(術數)를 쓰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를 걸지 않은가. 낙타가 햇볕을 피하려고 등을 돌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몸통 부위에 그늘이 없어 더 뜨거워지게 됨을 느낄 것이다. 우리의 삶도 사막을 헤매듯 어려움에 봉착할 때가 있다. 어려움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삶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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