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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도시생활에는 여유가 없다. 그래서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궁리를 해보아야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에는 아이와 아내가 함께 산다. 여유라고는 분침 한 칸만큼의 틈도 생기지 않는다.

오늘도 부부는 아이 문제로 식탁에 마주 앉아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보지만 어느 순간 어느 집, 어느 아이와 비교되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돌아서면 별 이야기도 아닌데 언성을 높이면서 자기주장만 하고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사고를 위한 공간이라는 것과 창의적인 교육을 위해서 사교육을 지속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한다. 옆집과 비교하며 대화는 처지만 타박하면서 끝나기 일쑤다.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이 기억날 때가 있다. 작은 집이지만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놀만한 시설도 없었고 볼만한 책도 없었다. 부모님은 항상 바쁘게 움직였던 것 같다.

좁은 공간에서 힘들게 지냈다는 생각보다는 가족들과 같이 했던 추억들이 더욱 생생히 떠오른다. 매체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대안들을 맛깔스럽게 보여주고 있지만 딱 이것이야 하면서 자신의 입장에 맞는 걸 찾기에는 아직은 현실적이지 않다.

작은 집. 정말로 작은 집 하나만 있으면 종종 가족들이 찾아가 소일을 하면서 쉴 수도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는 자기식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이탈리아의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는 최근 가로 세로 2미터 크기의 이동 가능한 주택을 선보였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어떻게 사용할까 생각하기 쉽지만 자급자족이 가능한 거주환경이 구축된 마이크로 주택이다. 태양광전지, 태양열 패널, 우수탱크, 바이오 화장실, 자연환기 시스템, 3중 유리 단열로 구성된 주택으로서 다양한 목적과 장소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한 뙈기의 땅만 있다면 작은 이동식 건물 하나를 둘만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기능이 다 있다면 가족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부족한 공간은 텐트를 이용할 수 있을 수도 있고 여유가 생길 때 덧붙여서 확장 될 수도 있는 재미있는 집이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집은 마음의 여유를 만드는 곳이다. 가족들을 응집시키고 세월이 지나도 되새김질 되는 창의적인 기억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어렵고 힘든 일들을 같이 극복 해왔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작지만 큰 생각을 키우는 집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혼자만의 여유를 만들 수 있는 작은 집에서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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