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후보등록을 마친 설정스님, 수불스님, 혜총스님(왼쪽부터).

원학스님도 출마 결심 굳혀… 최소 4명 출사표
집행부·선관위 “금품·부정선거 엄정히 조치할 것”
26일 선거운동 시작, 내달 12일 총무원장 선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행정 수반을 뽑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후보등록 첫날부터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18일 수덕사 방장인 설정(75)스님과 안국선원장 수불(64)스님, 조계종 전 포교원장 혜총(72)스님이 후보등록을 마쳤다. 봉은사 전 주지 원학(63)스님도 20일경 후보등록을 할 것으로 보여 최소 4명이상의 후보가 총무원장 선거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종훈스님)는 이날 설정·수불·혜총스님이 후보로 등록했다며, 20일까지 후보등록을 받은 뒤 25일 후보자격 심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선거법(52조 3항)은 후보자의 게재순위(번호)에 대해 “후보자등록의 선후에 따른다. 다만 후보자등록사무의 개시 전 2인 이상의 후보자(후보자의 대리인을 포함한다)가 후보자등록사무소에 도착한 경우에는 즉석에서 추첨으로 그 순서를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접수가 시작된 오전 9시 전에 도착한 설정스님과 수불스님의 대리인이 추첨으로 번호를 결정했다. 설정스님 1번, 수불스님 2번을 각각 배정받았다. 이어 등록한 혜총스님은 3번 기호를 달았다.

덕숭문중을 대표하는 수덕사 방장인 기호 1번 설정스님은 보도자료를 내고 “종도의 한사람으로서 종헌·종법 질서를 존중한다”며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엄중히 치러져 종단의 안정과 승가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지난 15일 덕숭총림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선거 입후보 의사를 천명했다. 앞서 원로의원과 법계의원 등 종단 소임의 사직서도 제출했다.

하지만 설정스님은 학력위조 논란에 휘말리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스님은 지금까지 서울대학교 원예학과 졸업했다고 밝혀왔으나, 사실은 서울대학교 부설 한국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입학해 1976년 졸업했다. 설정스님은 현 자승 총무원장이 사실상 이끄는 최대 종책모임(계파모임) 불교광장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국선원장 기호 2번 수불스님은 후보등록 첫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공약과 포부를 밝혔다. 수불스님은 “수행과 전법 중심의 종단운영으로 1000만 불자시대를 다시 열겠다. 위기에 빠진 종단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입후보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스님은 출마선언문에서 “한국불교는 지난 10년 사이 불자 300만명이 감소하는 참담한 현실을 맞았다”며 “또 참회와 화합으로 종단을 바로 잡아야 할 분들은 남을 탓하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현 지도부를 비판했다.

집행부의 선거중립 위반 의혹도 제기했다. 수불스님은 “종단 집행부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도 개입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종헌종법에서 규정한 교역직 종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심대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선거법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스님은 선거권이 있는 몇몇 사찰에 대중공양 명목으로 금품을 보낸 바 있다. 선거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선거 1년 전부터 금품·향응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수불스님은 대중공양과 관련해 “오해받는 상황이 됐는지 몰라도 오해받을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조계종 전 포교원장 기호 3번 혜총스님은 아직까지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선관위의 후보 자격심사 전후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출마를 사실상 굳힌 봉은사 전 주지 원학스님은 20일 후보등록을 한 후 선거사무실을 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공식 기자회견은 자격심사가 마치는 26일 개최한다.

불교계에서는 사실상 설정스님과 수불스님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5일 중앙선관위가 자격심사를 마치면 26일부터 선거운동이 공식 시작된다. 집행부와 선관위는 당선을 목적으로 후보자가 선거인단(선거권자)에 금품과 특정 종무직을 약속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부정선거가 드러나면 엄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무원장 누가 뽑나… 종회·교구 321명 간선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내달 12일 열린다.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법계 중덕·정덕 이상 스님) 등 총 321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간선제로 치러진다.

교구선거인단은 9월 27일~10월 1일 각 교구종회에서 선출될 예정이다. 27일 마곡사, 수덕사, 금산사, 화엄사, 선운사, 봉선사가 교구종회를 예고했다. 28일에는 직할교구·신흥사·쌍계사·통도사·송광사, 29일에는 용주사·월정사·법주사·은해사·불국사·고운사·백양사·대흥사, 30일에는 직지사·해인사·범어사·관음사가 교구종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10월 1일 동화사를 끝으로 교구선거인단 선출이 완료된다.

선관위는 10월 9일 교구선거인단 등에 대한 자격심사를 진행해 선거인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선거는 10월 12일 오후 1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진행된다. 선거인단의 과반(161표)을 얻어야 당선되며,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가 결선투표를 한다. 이날 제35대 총무원장 당선자가 누가 될지 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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