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 및 외교장관이 19일 수도 네피도에서 로힝야 사태에 대해 TV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방관한다는 비판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혔다.

AP, CNN 등에 따르면 그는 19일 네피도의 미얀마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행한 국정연설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로힝야족 유혈 및 난민사태를 언급하면서 “미얀마가 종교적 신념과 인종 문제로 갈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수치 자문역은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모든 인권 침해와 불법 폭력을 규탄한다”며 “만약 이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얀마의 평화, 안정, 법치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감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수치 자문역은 지난 5일 이후에는 정부군과 반군간에 충돌이나 소탕작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 미얀마 로힝야 난민들이 17일 방글라데시 발루칼리 난민 캠프에서 위생용품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습격하면서 유혈 사태가 촉발됐다. 이에 미얀마군이 ARSA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서면서 400여명이 사망하고 4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과 일부 불교도들이 민간인을 죽이고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했다고 난민과 인권단체는 주장하고 있으며 미얀마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유엔은 이번 사태를 사실상 ‘인종청소’로 판단했으며 18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로힝야족에 대한 군사 공격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수치 자문역에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수치 자문역이 사태의 해결 의지를 밝혔으나 연설 내용 중 로힝야족에 대한 인식 변화나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유혈사태를 풀어낼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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