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5년 아랍권에서 호흡해온
김동문 목사의 생생한 조언

한국교회 보수진영에 일침
“이슬람·무슬림 너무 모른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사회에서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가장 큰 집단이 한국교회 보수진영이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무슬림과 관련된 정책이나 사업이 진행되면 어김없이 반대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달 법원이 요르단 출신 무슬림에 대해 난민 지위를 인정하자 개신교 보수진영에서는 “과거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이런 식으로 무슬림 난민들을 받아들였다가 끔찍한 폭력과 테러로 인해 ‘다문화 정책의 실패’를 뼈아프게 선언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경계심을 높였다. 또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언급하며 “중동에서는 2011년에 시작된 ‘쟈스민 혁명’의 후세대들이 IS(이슬람국가)가 되어, 세계를 폭력과 살상의 공포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고 공포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이 같은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이슬람에 대한 반감은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아랍 국가들을 오가며 25년을 넘게 아랍세계와 아랍문화를 겪고 아랍인과 이웃하며 살고 있는 김동문(전 요르단 선교사) 목사는 “이슬람포비아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굳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슬람포비아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사이에 자리 잡은 배제와 혐오의 문화를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 목사는 최근 발간한 책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를 통해 자신이 겪은 이슬람과 한국교회 보수진영이 오해하고 있는 이슬람을 구분해줬다.

◆한국교회 이슬람포비아, 사회까지 확산

김 목사는 한국교회 보수진영과 기독교 정신을 표방한다는 정당, 개별교회와 교회 연합조직에서 ‘이슬람 바로 알기’라는 이름으로 이슬람에 대한 공포감과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가르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놓고 보면 이슬람은 폭력과 테러의 종교”라며 “이들(한국교회 보수진영)에게 무슬림은 잠재적인 테러리스트이며 대한민국을 이슬람 국가로 바꾸기 위해 침입한 존재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 기독교 안에서만 공유되던 이런 이슬람포비아가 점점 확산돼 한국사회 전반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면서 우리사회의 혐오와 배제 문화와 어우러져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목사는 “나는 기독교인이고, 심지어 보수 교단의 목사”라며 “중동 전문 자유기고가로 일부 언론 매체에 글을 써왔다. 중동에서 오랜 기간 살면서 중동 사람들과 지내왔는데, 이전에 내가 알던 무슬림과 실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 무슬림은 큰 차이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랍권 내에서의 무슬림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나면서부터 역사, 문화를 통해 이슬람이 삶의 일부분이 돼 버렸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극단주의 무슬림과 일반적인 무슬림을 구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이슬람포비아는 미국의 9.11사건 이후 확연히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슬람포비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주장이다. 이슬람테러리즘 이전에 이슬람포비아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이슬람포비아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지점이 된다는 것이다.

◆가짜뉴스·괴담으로 만들어진 ‘혐오’

김 목사는 이슬람에 대한 가짜뉴스와 괴담이 만연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내산 이슬람 괴담과 수출입되는 이슬람괴담에 대한 실제 상황을 설명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이슬람 관련 괴담은 ▲이마트 ‘노브랜드’와 IS 테러자금설 ▲익산 할랄단지 조성설 ▲IS 테러자금? 이슬람 선교 자금?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할랄괴담 ▲무슬림은 잠재적 테러리스트? ▲한국은 IS 보복 대상국? ▲인천 검단 스마트시티와 한국 이슬람화 전략 ▲이슬람화 8단계 전략 ▲이슬람 대학 설립 계획 ▲무슬림 불법체류자 생활수칙 5계명 ▲촛불집회와 전교조 배후 세력 등이다.

수출입되는 이슬람 괴담은 ▲무슬림은 성폭행 범죄의 뿌리 ▲무슬림은 잠재적 성폭행범 ▲무슬림은 잔인한 범죄자 ▲‘이슬람, 평화의 종교’ 프로그램 중단 사유 등이다.

김 목사는 이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하면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넘어 그들을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맞이할 수 있을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혐오에는 진실 여부와 무관한 맹목적 거부와 배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면서도 “우리 사회의 유색인종, 무슬림을 향한 혐오와 배제가 진실을 제대로 몰라서 벌어진 일이며, 제대로 알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김동문 목사는?

김동문(전 요르단 선교사) 목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아랍어를 전공했고, 총신대학교(목회학),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구약신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일하던 1990년 11월 이집트에서 아랍세계를 처음 경험했다. 이때 김 목사는 국내에 알려진 내용과 실제 사이의 간극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이집트에서 3년, 요르단에서 11년을 정착해 선교사 활동을 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예멘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국가들을 오가며 25년을 넘게 아랍인들과 함께했다. 국제선교단체인 ‘인터서브’ 소속으로 중동전문 자유기고가, 작가 등으로도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오감으로 성경읽기’ ‘이슬람의 두 얼굴’ ‘이슬람 신화 깨기 무슬림 바로 알기’ ‘요르단’ ‘기독교와 이슬람 그 만남이 빚어낸 공존과 갈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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