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평소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문학 활동을 하는 문인들이 아니라면 국제 PEN이라는 단체를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PEN의 의미와 활동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국제 PEN은 문학 활동의 증진과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범세계적 작가공동체로서 1921년 설립됐으며, PEN이란 시인(Poet), 극작가(Playwriter), 수필가(Essayist), 편집자(Editor), 소설가(Novelist)의 약자로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산하에는 평화작가위원회, 투옥작가위원회, 여성작가위원회, 번역언어권리위원회를 두고 문학을 통한 평화활동과 언론 및 표현의 자유, 투옥작가들에 대한 석방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적인 문학단체이다.

세계문학인들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PEN 세계총회는, 지난 2012년 한국의 경주에서 성대하게 개최된 바가 있었다. 이때 한국 PEN 본부의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은 북한망명문학인들이 정식으로 국제 PEN에 가입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으며,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이번 제83차 세계대회에 필자가 함께 참석할 수 있는 귀한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를 거쳐 유서 깊은 문학, 예술의 도시이자 소수민족의 다양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나치독일의 전성기에는 러시아로 진격하는 나치의 사령부가 있었다는 도시 리비프.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조금은 한적한 공항분위기는 을씨년스럽다는 느낌과 함께 왠지 편안함이 안겨져 왔다.

필자가 이번 PEN 총회에 참석하게 된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북한망명작가센터의 자문위원 자격으로 북한의 솔제니친 작가 반디선생의 저항정신과 고발 소설집의 세계사적 의미를 국제사회, 특히 세계적인 문학인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높여보자는 차원이었다.

세계문학인들에게 드리는 메시지의 핵심은, 어둠의 땅 북한에서도 저항 작가는 명백히 존재하지만, 이들의 문학 활동이라는 것이 반디선생의 고발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실제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문학의 암흑이자 지옥인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동의 공분을 모아나가는 것이었다. 

실제 필자의 메시지가 전달될 때 숨죽여 경청하던 많은 문학인들은 자신의 일인 양 자리에까지 찾아와서 격려해주었으며, 스스로 망명작가라고 소개한 베트남 PEN의 문학인은, “공산주의 치하에서 작가의 삶이 어떠한지를 너무나 깊이 체험한 본인으로서 반디선생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고발 소설을 두고 “북한의 실상을 문학적으로 잘 그렸다. 일반주민들의 담담한 일상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공포와 유머가 섞여 있다”고 비평해 주었다.

국제 PEN 세계대회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반디선생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PEN 글자 앞에 O자만 부치면 바로 반디선생과 같은 북한의 저항 작가들과 2천만 노예주민들이 꿈에도 소원하는 ‘OPEN North Korea’가 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린 북한에서 노예로 연명하던 문학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국제 PEN 평양대회가 개최되는 그날, 금수산태양궁전의 김일성 동상이 무너져 내린 그 자리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낭독되고 자유와 해방의 춤사위가 난장을 이루는 모습을 이곳 우크라이나 리비프에서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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