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3일(현지시간)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펼쳤다(출처: 연합뉴스)

‘B-1B 랜서’ 한국 전투기 없이 단독 비행
미국 단독 대북군사 행동 가능성 내비쳐
한미 여론은 찬성보다 반대 쪽에 기울어
“태평양 수소탄 실험 시 美행동 나설 듯”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미 간 ‘말폭탄’ 공방과 함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미국의 ‘대북선제 타격’ 실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 미사일 도발에 따라 미국 정치권 내에서 대북 선제타격 조치와 ‘예방전쟁’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3일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미국령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해 북한 동해 국제공역을 비행한 것은 유사시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례적으로 한국 공군 전투기의 호위 없이 미군 단독으로 비행한 점은 미국이 단독 대북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내놓은 북한 ‘완전 파괴’ 발언과 맞물려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공식석상에서 세계 각국을 향해 동맹국 방어를 위한 북한 타격을 언급한 것 자체가 강경 발언 차원을 넘어 실제 군사타격을 염두에 둔 사전 예고 성격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선제 타격 조치가 미국의 대북군사옵션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한반도를 넘어 미국을 직접 겨냥하고 있어서다. 북한은 괌 포위 사격 위협에 이어 미국 본토 타격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평양에서의 수소탄 실험 가능성도 내비치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으로선 북한의 직접적인 타격 위협에 직면한 상태다. 

미국이 한국의 의사와 상관 없이 단독으로 대북선제 타격에 나설 경우 북한 핵시설 등을 정밀 타격하는 ‘외과수술식 타격’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남북 간 전면전이나 북한의 핵 미사일 반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현지시간) 72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과 그 추종 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선제 핵공격 카드로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미국 내 여론도 대북선제타격에 부정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지난 18∼21일 미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 ±3.5%p)한 결과 ‘북한이 먼저 공격했을 때만 미국이 공격해야 한다’는 응답엔 67%가 찬성한 반면, ‘미국이 먼저 북한에 군사공격을 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미국인 3명 중 2명이 대북 선제타격에 반대하는 셈이다. 

국내 여론 역시 미국의 대북선제 타격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본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5%가 미국의 북한 핵시설 선제 타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찬성 응답은 36.4%에 그쳤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률은 3.3%)

하지만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태평양 수소탄 실험’ 등의 도발로 수위를 끌어올릴 경우 미국으로선 더 이상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북 선제타격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공언대로 대평양상에서 수소탄 실험을 하면 사실상 선전포고”라며 “더이상 제재와 압박으로 될 상황이 아니다. 실제적인 군사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존에 나왔던 군사옵션은 재래식 무기 위주의 북한 공격이었지만, (북한 선제타격시) 미국이 핵까지 사용하는 방안까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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