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음반전문연구가 정창관 선생이 121년전 아리랑이 녹음된 원통음반에 대해서 설명하고 미소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아리랑’ 담긴 최초의 원통음반 미국서 발견
아관파천 피해 미국 넘어간 유학생들 불러
두 번째 음원, 독일 수용소의 고려인이 불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21년전 에디슨 원통음반에 담긴 최초의 ‘아리랑’ 음원이 공개됐다.

고음반전문연구가 정창관 선생은 13일 2017서울아리랑페스티벌 특별전 ‘아리랑, 에디슨 원통음반에 담다’를 통해 원통음반에 담긴 최초의 아리랑 음원을 공개했다. 그간 축음기 자체에 대한 전시는 많았지만, 원통음반에 초점을 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아리랑이 2012년 유네스코에 등재될 만큼 가치가 높아 아리랑의 최초 음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정 선생은 “아리랑은 1896년 처음 녹음됐다. 처음으로 인류가 음원을 담아서 즐기기 시작했던 매개체가 원통음반인데, 아리랑 최초 음원이 담겨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민족 최초의 아리랑 음원

정 선생의 설명에 따르면, 1899년 3월 ‘황성신문’ 등에 에디슨 유성기와 원통음반이 소개되면서 장안에 화제가 됐다는 기록은 남아있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원통음반은 없다. 우리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이 담긴 최초의 원통음반은 미국에서 발견됐다.

정 선생은 “당시 세계 민족음악을 수집하던 미국의 인류학자 엘리스 플레처가 1896년 7월 워싱턴에서 조선인 유학생 3명을 집으로 불렀다”며 “우리나라 민요와 동요를 혼자 또는 둘이서 부르게 해 에디슨 원통음반 6개에 11곡의 노래를 담았다”고 말했다.

노래를 한 조선인은 안정식, 이희철, Son. Rong 등 3명으로, 일본에서 유학하던 중 아관파천 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건너간 유학생들이었다. 이들이 부른 아리랑은 ‘1896년 유학생 아리랑’이라고 불리며 우리 민족의 노래가 담긴 최초의 기록 매체가 됐다. 11곡의 노래 중 3곡이 ‘아리랑’이며 이는 현재 미국 의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 121년 전 아리랑이 녹음된 에디슨 원통음반 ⓒ천지일보(뉴스천지)

◆두번째 원음 고려인 아리랑

이후 ‘고려인 아리랑’이 담겨진 원통음반이 발견됐다. 독일의 언어, 민족, 음악학자 40여명으로 구성된 표음문자위원회가 1915년부터 1919년에 다양한 언어와 음악 등을 사용하는 종족의 음성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때 독일과의 전투에서 포로로 잡힌 조선인들이 포로수용소에서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에디슨 원통음반과 SP음반에 녹음(1916~1917년)을 남기게 됐다.

당시 포로수용소에 고려인이 몇 명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녹음에 참가한 조선인은 시베리아에서 이주한 한국인 3세 김 그레고리(김홍준), 유 니콜라이, 안 스테판, 강 가브리엘(강홍식) 등이다. 이들은 수심가, 애원성, 기생점고, 백로타령, 대한사람, 염불, 아리랑 등을 각 2분 정도 분량으로 녹음했다. 이 음원은 독일 베를린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아리랑 원통음반은 복제품이다. 정 선생은 지난 10년간 원본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소유주가 미국과 독일에 있어 원본 그대로 만든 복제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아리랑이 녹음된 원통음반의 존재를 많은 이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선생은 “만약 누군가 자신의 집에서 똑같은 원통음반을 찾는다면 그것은 엄청난 보물”이라며 “19세기 우리나라에서 에디슨 원통음반이 화제가 된 걸 보면 국내에도 아리랑 음원이 담긴 원통음반도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알리고 찾기 위해 전시를 마련한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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