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김종철(1947~2014)

 

퇴원이다
안녕 안녕
덕담하며 병원 문턱을 넘었다
몸 버리면 세상을 잃는다는
일상의 처방전
잘 있다. 괜찮다고 나는 사인했다

월요일 젖은 몸 말리고
급히 지퍼 올리다가 몸에 걸린
뜨거운 국밥 한 그릇
생명은 한순간 뜨겁다

 

[시평]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다가, 퇴원을 하는 그 날. 그래서 이제는 건강이 많이 정상으로 회복이 됐으니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도 좋다는 그런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듣고는 퇴원을 하는 그 날. 그리고는 퇴원 수속 서류에 사인을 하고 병원의 문턱을 넘어서는 그 날. 이제는 다시 병원 신세를 지지 말아야지 하며 병원 문턱을 넘어서는 그 날. 몸 버리면 이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몸소 깊이 절감하며 퇴원을 하는 그 날.

그렇다. 삶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우리들은 문득 깨닫게 된다. 그래서 생명이란 한 순간이나마 뜨거운 것이라는 그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한 주가 새롭게 열리는 월요일, 그래서 서둘러 지퍼를 올려 옷을 입고, 급하게 삼킨 뜨거운 국밥 한 그릇, 목젖에 걸려 그 뜨거움 느끼는 그 순간과도 같이, 문득 우리는 살아있음의 그 순간을 확연하게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 삶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으므로 이렇듯 활동도 할 수 있고, 또 여러 일들을 할 수 있고 사람들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만은 아니다. 뜨거움, 그래서 한 생명으로 형형히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아니 한 순간 그 뜨거움을 실감할 수 있는, 그 한 순간의 뜨거움이 벅차오르는 그것이 바로 생명이기 때문에, 그래서 삶은 우리에게 더욱 소중한 무엇이 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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