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몇 년간 가르치는 한 대학생에게서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5일 열린 경주국제마라톤 마스터스 남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의 우승 기록은 2시간33분32초로 이번 대회 국내 엘리트 남자부 20위에 해당하는 좋은 것이었다. 마스터스 부분은 대개 익숙한 얼굴이 번갈아 가며 우승을 차지하곤 하는데, 그는 뜻밖에도 새로운 얼굴로 등장했다.

대회 주최측인 동아일보는 이례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 학생의 인터뷰 기사를 실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가 전문적인 훈련을 쌓는 엘리트 선수가 아니라 일반 대학생 신분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체계적으로 훈련을 쌓을 수 없고 학교 공부에도 바쁜 일반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선수 기록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 준 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사실 그는 고교시절까지만 해도 장래가 촉망됐던 육상 장거리 선수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운동을 시작한 그는 육상 명문 배문고를 거쳐 2011년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1학년에 들어서자마자 한 달도 안돼 운동을 계속할 수 없는 불운이 찾아왔다. 원인 모를 무릎 통증으로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됐다. 결과적으로 그는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필자와 만난 건 3년전 강의를 통해서였다. 선수생활을 그만둔 뒤 군생활 공백까지 있었던 그에게 대학 수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마도 이때 그는 학교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었을 것이다. 다른 학생들보다 실력이 크게 떨어져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주 격려하곤 했다. 열정적인 자세와 끈기의 끈을 놓지 않으며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범적인 학생으로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그는 선수생활 포기로 인해 전액 장학금 혜택이 사라지면서 학비도 마련해야 했다. 마라톤에 관심을 보인 것은 학비를 벌기 위한 일환이었다. 2015년부터 한 스포츠 아카데미에서 마라톤 코치로 일하며 학교를 다녔던 것이다. 

고교 시절 5000m, 1만m 선수였던 그가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게 된 것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위해서였다. 아카데미 회원들과 같이 틈틈이 운동을 하면서 마라톤 코스에 적응을 하게 된 그는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학교 수업이 없는 주말이 열리는 전국 각지의 마라톤 대회를 찾아 다녔다.
올해부터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인재육성단에서 주관하는 스포츠 둥지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마라톤과 육상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과 취재한 글을 ‘스포츠 둥지’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필자의 지도를 받으며 기사쓰기에 점차 익숙해진 그는 지난달에는 마라톤 선진국 일본의 2017 훗카이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야기를 실었다.

그의 계획은 다시 한번 엘리트 선수로 발탁돼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일반 학생으로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받으며 개인 훈련을 스스로 하다 보니 여느 엘리트 선수처럼 집중적인 마라톤 트레이닝을 쌓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는 좋아서 시작한 마라톤인 만큼 꼭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생각이다.

그와 같이 엘리트 선수로 뛰다가 부상이나 학업 문제로 선수 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은 운동과는 전혀 낯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큰 어려움을 겪다 방황하거나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희망을 꺾지 않고 성실하게 생활한다면 엘리트 선수를 그만 둔 다음에도 얼마든지 재기할 수도 있고, 새로운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이 이를 입증해 준다. 그는 현재 한양대 스포츠 산업학과에 재학중인 문삼성(25)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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