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7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이후 25년 만이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북핵 앞에서 한미 간에 최고 수준의 동맹관계를 재확인하는 상징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도 예정돼 있다. 북한에 대한 고강도의 압박과 제재를 역설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는 여태껏 해 왔던 것처럼 강경할 것이다. 한국에서의 발언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분노와 화염’까지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의 기대감까지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제재와 압박 뒤에는 평화적 해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도 모르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 의미와 메시지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대한민국 국회 연설을 통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 한다는 의미가 돋보이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결국 문재인 정부 입장과 크게 충돌하거나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순방하는 길에 한국을 잠시 방문하는 일정이다. 예정된 순방 일정처럼 예정된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의 화법이 독특한 만큼 돌발적 발언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돌발적 발언은 그 자체가 돌발적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짚어 봐야 한다. 첫째는 최근의 안보 위기 앞에서 우리부터 차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이 아전인수 식으로 정쟁을 벌이거나 국론까지 분열되는 방식은 절대 금물이다. 자칫 트럼프의 방한과 발언을 놓고 나라가 시끄럽게 된다면 그 자체가 우리의 한계를 스스로 노정시키는 일이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 되겠는가. 따라서 청와대부터 차분하고 냉정하게 일정과 팩트를 관리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과유불급의 이치를 잊어선 안 된다.

둘째는 트럼프 방한의 손익계산서를 우리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자칫 트럼프가 특유의 큰 목소리로 대북압박과 한미동맹을 외친 뒤에 돌아갈 때는 거액의 현금을 챙기려는 속셈이 있다면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화염과 분노’를 외치면서 전쟁 분위기를 한껏 높인 뒤에 정작 속으로는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불리는 방식이라면 우리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한미 FTA’ 재개정 협상이 진행 중이고 조만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게다가 미국산 무기 구입 문제도 현안이 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바로 이런 즈음의 트럼프 방한이기에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다. 이번 방한으로 북핵 해법을 공유하면서 앞으로 더 신뢰하고 단단해지는 한미동맹의 계기가 돼야지 자칫 거액의 현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동맹관계가 변질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트럼프 방한은 환영할 일이지만 솔직히 그 이후가 걱정되는 것은 필자만의 소심함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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