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한국도 한때 집권당 천국에 가까운 시대가 있었다. 전두환 정권 당시 민정당이 정국을 주도할 때 지역에 따라 집권당 국회의원이 추천한 인사가 읍·면·동장까지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지만 당시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국민의 의식들이 제고되면서 행정부의 최고 말단의 장을 그 누가 임명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게 되고 투표와 투명한 절차가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지금 우리 이웃국가인 중국에서 현재의 집권당인 중국 공산당의 19차 당 대회가 열리고 있다. 5년에 한번씩 열리는 중국집권당 집안잔치에 전 세계 정치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중국이 나날이 커가는 국가이기도 하지만 공산당(party) 중심 국가인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보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14억명의 인구를 대략 가졌다고 한다. 그중에 공산당원은 8944만 9천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남북한 인구를 합친 숫자보다 중국 공산당 당원이 많다. 이들이 다 모여 어떤 형식의 회의를 물리적으로 할 수 없으니, 각 지역마다, 직장마다, 학교마다, 공장마다, 군대마다 대표를 선발해 5년에 한번씩 북경의 인민대회당에 모여 1주일간 회의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숫자가 대회 때마다 다르지만 이번에는 2287명이다.

지난 18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업무보고 형식으로 3시간 동안 발표를 시작으로 24일까지 진행된다. 25일날 19기 1중전회에서 차기 상무의원 7인(소위 China seven)을 국내외로 발표하고 단상에 올라 인사하면서 공식적인 폐막의 길을 걷는다. 당대표 2287명은 각 지역마다 분류돼 상무위원급 대표를 모시고 분임 토의도 한다.

이 기간에 상호 인맥도 확장하고 융숭한 대접을 거의 공짜로 받으면서 당대표들은 1주일 동안 중국의 수도에서 권력의 맛도 느낀다. 당 대표 중에 중앙위원 205명과 후보위원 170명을 차액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사실상 중앙 위원도 미리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원보다 10%를 더 후보로 내세워 그중에서 투표해 뽑는 형식을 취해 공산당 상층부가 일방적으로 임명하고 있다는 비판을 조금씩 벗어나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 중앙위원 중에 정치국원 25명과 후보위원을 또 선출한다. 정치국원 중에 7인의 상무위원을 선출해 이 7인이 실질적 권력의 정점이 돼 집단지도체제 형식으로 중국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다. 중국에서 당원이 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당원이 되면 어느 정도 출세의 길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당원이 되면 중국에서는 무엇을 크게 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입지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왜 이렇게 공산당이 중요한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독특한 중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공산당이 절대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21년 상해에서 창당된 것이 공산당이다. 일반적 국가의 탄생은 국가가 있고 당(黨)들이 생겨 경쟁하면서 집권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공산당이 먼저 생기고 지금 인민해방군의 전신인 8로군이 생기고, 국가가 가장 나중에 생긴 세계 유일한 국가이다. 한마디로 공산당이 있기에 중국이라는 나라가 생겼다는 것이다. 공산당이 없으면 중국은 없다는 인식이다.

이제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이 되면 중국은 샤오캉(小康: 중산층 중심) 사회가 될 것이라고 시진핑은 자신에 가득찬 어조로 강조했다. 평균소득 1만불이 넘는 중국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선진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초심을 잊어버리지 않고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위대한 깃발 아래 중국의 꿈(中國夢)을 이루겠다고 자신있게 단상에서 강조하는 시진핑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대부흥을 외치는 집권 2기 시진핑의 자신만만한 외침은 왜 그런지 유쾌하지도 않으며 씁쓸함이 느껴진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