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숱한 국내외 화젯거리를 남기고 자취를 감췄던 서울도심 대규모 집회가 다시 열렸다. 21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도심 대규모 집회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압박했던 진보성향 단체의 촛불시위 성격과는 달리 친박·보수성향 단체가 주도한 것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였다. 이와는 별도로 같은 날 ‘MB잡자 특공대’와 ’이명박심판 국민행동본부’ 주도로 “적폐 청산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고 촉구 대회가 열려 주말 서울 도심은 태극기 물결과 촛불로 또 한번 달궈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와 시위는 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자유이며,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다. 개인 또는 집단 시위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공동 목적을 가지고 지지나 반대를 이끌어 내고 동감하는 의사표시이니 유익한 면이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29일 이후 22차례나 계속된 촛불시위가 보여준 성숙된 민주시민으로서의 비폭력 평화 시위는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시위 현장을 언론을 통해 지켜본 많은 국민은 질서정연한 시위 문화에 반감을 가지지 않았고, 해외언론에서도 한국의 건전한 시위 문화를 극찬한 바 있었다.

결과적으로 촛불시위 태동으로 진보 정권이 탄생된 터라, 촛불민심 정신을 이어가려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 정부의 실정(失政)들을 하나둘 들춰내면서 적폐 청산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정권을 잃은 보수정당에서는 이전 정부에 대한 억압이야말로 신(新)적폐요, 정치보복이라는 여론전을 펼친 바, 일부 보수단체들이 나서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외치는 행동은 같은 궤도로 보인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진보-보수층이 갈라서 사회갈등의 홍역을 앓는 중이다.

우리 앞에 놓인 안보, 경제 등 대내문제가 다급하고 대외 상황도 우려스럽다. 북한의 핵 도발로 한반도 위협이 상존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 독자노선이 몰고 올 ‘코리아 패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가 미국이익을 앞세운 한미FTA 재협상이나 중국과의 사드(THAAD) 마찰도 큰 고비다. 난제들이 꽉 들어찬 현실에서 보수-진보 이념 대립으로 치닫는 시위에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으니 시국이 어지러운 지금은 이념의 극단 대결은 자제돼야 한다. 시위가 사회 공동 목적을 실현시키는 좋은 방도이긴 하지만 분명 국민 모두가 흥겨워야 할 축제는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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